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07.
1.
와이프가 일하는 식당은 가난하다. 그 와중에 빡빡이 셰프가 미는 메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뼈대 해장국의 확장판 '뼈대 전골'이다. 문제는 셰프가 간절히 팔고 싶어하는 이 메뉴가 한 달에 한 개 팔렸다는 점이다. 3,4인에 47,000원인데 술안주인 관계로 추가 판매율이 높았다. 게다가 마진율이 50%에 가까우니 비슷한 메인 메뉴를 스무 개 이상 파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효자 상품이었다. 와이프는 이걸 팔고 싶었다. 하지만 빠듯한 가게 형편상 홍보비를 쓸 수 없었다.
2.
와이프는 가까운 알파 문구에 가서 형광 종이와 매직펜을 샀다. 그리고 점심 회식 이벤트 메뉴와 함께 주류 제공 이벤트를 했다. 예약시 모듬전도 제공했다. 그런데 이 손글씨로 쓴 메뉴가 하루에 하나씩은 팔리기 시작했다. 한달에 하나 팔리던 메뉴가 최소 서른 개는 팔리기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이 메뉴는 앞서 얘기한바대로 술을 부르는 메뉴였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한 병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반 메뉴보다 마진율이 높은데다 추가 주문을 부를 수 있으니 비슷한 가격대의 메인 메뉴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상품임에 틀림없었다.
3.
돈이 없는 식당이라 겪는 어려움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팔고 싶고 밀고 싶은데도 본사에서 잘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와이프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제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배운다. 단품 메뉴는 절대로 항공 사진을 찍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메뉴 특유의 볼륨감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종류가 많은 세트 메뉴는 항공샷으로 찍는다. 와이프는 이 모든 걸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배웠다고 했다.
4.
'양이 많아서 남기려고 했다가 다 먹게 되는 맛', 뼈대 전골의 카피이다. 컨셉이 모호해서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뒤지다 발견한 카피엿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순두부 백반의 카피는 '깔끔 단백 순두부 백반'이다. 분명 사진은 있으니 이 한 마디 카피의 힘은 컸다. 통계를 따로 내진 않았지만 매출이 확실히 늘었다. 이렇게 와이프는 돈 없는 가난한 식당의 홍보를 혼자 힘으로 하나 둘씩 해내고 있다.
5.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가게가 작아서, 아이디어가 없어서... 이렇게 수많은 이유로 매출 부진의 이유를 찾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와이프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주지 않는 사진을 직접 찍고 카피를 스스로 찾아 쓴다. 심지어 가게 주인도 아니고 그저 월급 받는 홀 매니저일 뿐이다. 그래도 해낸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조금만 더 생각하면서 답을 찾아낸다. 이런 와이프도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일하는 시간만큼만 고민한다는 것이다.
6.
그럴듯한 마케팅, 브랜딩 이론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상 손님들과 매일 싸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이론이 얼마나 와닿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식업의 최전선에서 몇십만 원의 매출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애쓰는 와이프가 대단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외식업의 성장통이 아닌가 싶어서 12시간 일하고 돌아온 와이프를 붙잡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묻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은 아이들의 학원비, 더 정확히는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비단 와이프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