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s 다이제스트 - #32.
1.
'젠틀커피'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장사가 잘 되어서 3개 층으로 늘렸는데 확장한 만큼 손님이 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매장을 줄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창업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젠틀 커피는 어떤 곳인가' 그리고 자기 자신부터 젠틀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
일단 주인은 중절모부터 썼습니다. 디자인이 좋은 옷과 소품을 찾아 공들여 꾸미고 말투와 행동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자 매장에 멋쟁이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브랜드의 옷과 모자, 안경테, 넥타이를 보고 어디서 샀는지 물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인은 그때부터 남자들을 위한 소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커피 매출을 능가하는 판매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3.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앱스트랙'이란 카페입니다. 카페 이름은 주인이 좋아하던 밴드의 이름입니다. 이 카페는 컨셉 컬러가 오렌지색입니다. 앱스트랙 밴드의 앨범 커버 색깔이 오렌지였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카페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앨범들이 빼곡합니다. 비싼 스피커와 앰프도 여러 대 있습니다. 결국 이 카페는 주인장의 취향이 그대로 배어든 카페인 셈입니다.
4.
저는 그 동네에 20년을 살았습니다. 수많은 카페들이 들고 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카페는 코로나도 이겨내고 7년 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옆 미용실 원장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다른 가게들이 다 망해서 나갈 때에도 저 카페는 왜 잘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5.
저는 쉬운 걸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 싫습니다. 어려운 걸 쉽게 말하길 좋아합니다. 이랑주 씨가 쓴 '오래가는 브랜드의 생각법'에는 어려운 말이 없습니다.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는 브랜딩 방법이 하나 가득이죠. 무엇보다 작은 브랜드들이 따라할 만한 사례와 인사이트가 넘쳐납니다. 앞서 소개한 '젠틀 카페'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욕심만 버린다면 선명한 컨셉의 오래 가는 작은 카페 하나는 만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6.
성공하는, 오래가는 브랜드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선명한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정체성이란게 뭘까요? 그건 자신과 자신의 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얻은 답입니다. 젠틀 커피는 왜 자신의 카페가 '젠틀'한지를 고민하면서부터 해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7.
저자는 이런 컨셉 훈련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복숭아'를 떠올리고 생각나는 서른 개의 단어를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리가 복숭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자신에 대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서른 개의 단어를 노트에 적어보세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서른 개의 단어를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나온 단어가 바로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8.
저는 결국 브랜드란 '철학'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한 잔을 팔아도 '왜 파는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모든 것의 차별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스몰 브랜드를 모아놓은 작은 서재를 하나 만들고 주말마다 스터디를 해볼 것입니다. 그것이 저만의 정체성이니까요. 만일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차별화된, 오래가는 가게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내용 참고 - 이랑주 / 오래 가는 브랜드의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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