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5km를 달렸다. 왼쪽 허리가 조금 뻐근해서 천천히 뛰었는데 다행히 중간쯤에 괜찮아졌다. 덕분에 평소보다 페이스는 1분 가량 늦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의 유익을 말하며 힘든 일을 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달리는 동안 만큼은 데만 모든 힘과 에너지를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기의 유익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뒤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이 따라오고, 샤워하고 난 후에 오는 형언할 수 없는 개운함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는 그 다음에 온다. 온전히 쉴 수 있다. 몸이 피곤하니 더 빨리 더 깊기 더 오래 잠들 수 있다. 나는 어떤 일의 기회가, 행운이, 행복이 이렇게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가늠할 수 있는 어느 선을 넘어서 뜻밖에 찾아오는 무엇 말이다. 그런에 이런 행운엔 전제가 있다. 그것은 그 직전까지는 더 달릴 수 없을 만큼 에너지를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많은 사람들이 '힘을 빼라'는 말은 이런 경험에서 온 것은 아닐까. 마치 청새치를 상어에게 모두 뜯기고 돌아온 노인이 청했던 그 사자의 잠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