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녀스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웃었다. 마녀가 큰 솥에 채소를 넣고 휘젓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유머러스한 이름 뒤에는 현대인의 삶이 숨어 있었다. 빠른 속도와 피로한 일상 속에서도 건강을 챙기고 싶은 마음, 그리고 복잡한 조리 대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욕망. 마녀스프는 바로 그 틈새에서 태어난 음식이었다.
이 스프의 기본은 단순하다.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감자, 토마토, 사과, 양파 등 여러 채소와 과일을 한꺼번에 끓여낸다. 특별한 조미료도, 화려한 포장도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자연을 마시는 기분”이라는 후기들이 SNS에 쏟아졌다. 다이어트와 건강식, 채식이라는 키워드가 일상 언어로 스며들고 있던 시기였다. 소비자들은 건강을 ‘선택’하고 싶었고, 마녀스프는 그 선택을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 흐름을 가장 먼저 읽은 곳은 GS25였다. 편의점의 ‘죽·스프’ 코너는 이미 밤 시간대의 주식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크림 스프나 옥수수 스프처럼 ‘맛있지만 무거운’ 메뉴였다. 그 사이에서 GS25는 SNS에서 급격히 상승하던 ‘마녀스프’ 키워드를 발견했다. 전년 대비 검색량이 3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이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채소와 과일을 섞은 저칼로리 레시피를 상업적으로 재현하고, ‘언제든 어디서든 건강하게’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제품이 출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직후 ‘죽·스프’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했고, 특히 저녁 시간대 여성 고객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일과를 마친 뒤 ‘가벼운 한 끼’를 찾던 이들에게 마녀스프는 완벽한 대안이었다. 불을 켜지 않아도 되고,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완성된다. 피곤한 하루의 끝에서 누군가의 식탁에,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 작은 위로처럼 자리했다.
그러나 이 성공은 단순히 맛이나 가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녀스프는 데이터와 감성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브랜드였다. 소비자의 검색 패턴, 구매 시간, 연령과 성별까지 분석한 데이터가 있었고, 그 위에 ‘나를 돌보는 작은 의식’이라는 감성이 얹혔다. 한 기업의 빠른 실행력과 정확한 타깃팅, 그리고 그 이면의 공감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후 ‘닭가슴살 마녀스프’가 등장했다. 고객 설문에서 “단백질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히트 상품으로 끝나지 않고, 데이터를 근거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 건강식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브랜드, 편의점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식사. 마녀스프는 그렇게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국 이 브랜드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식품의 성공이 아니다. 그것은 트렌드 리딩과 실행 속도의 미학이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다. 마녀스프는 그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했다. 소비자가 이미 움직이고 있을 때, 그 흐름 위에 제품을 띄운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채널의 힘’이다. 건강식은 대개 고급 레스토랑이나 전문 식단 서비스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마녀스프는 편의점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덕분에 건강식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이 사례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진짜 혁신은 거창한 발명보다 생활 속의 작은 불편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마녀스프는 ‘몸에 좋지만 귀찮은 음식’을 ‘귀찮지 않게 몸에 좋은 음식’으로 바꿔냈다. 그리고 그 단순한 전환이 수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이 브랜드의 본질은 ‘건강’이 아니라 ‘돌봄’이다. 바쁜 하루 속에서 나를 위한 한 끼를 챙길 수 있는 권리, 그 작고 사소한 행복을 가능하게 한 것이 마녀스프였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한 것을 원한다. 마녀스프는 그 욕망을 가장 현명한 방식으로 담아낸 하나의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