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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마켓과 나이스웨더, 편의점을 재해석하다

브랜딩의 핵심은 결국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보마켓과 나이스웨더는 그 점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걷지만, 동시에 닮은 구석이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일상의 장면 속에서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방식을 보여준다.


보마켓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대표가 살던 동네에 슈퍼마켓이 없어 불편했다는 개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곧 브랜드의 씨앗이 되었다. ‘삶을 아름답고, 유용하며, 의미 있게 만든다’는 슬로건은 그 출발점을 그대로 담고 있다. 보마켓은 완벽하게 계획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브랜드다. 인테리어도, 상품 구성도, 운영 방식도 완결된 상태로 오픈하지 않는다. 고객의 반응과 참여 속에서 천천히 변하고 자라난다. 그 과정이 곧 브랜딩의 일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오는 고객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가 된다. 동네 주민의 취향이 쌓이고, 서로의 대화가 공간을 채운다. 그렇게 보마켓은 ‘동네 마켓’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넘어, 지역의 감성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빠르게 확장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공간이 사람들의 일상에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 그것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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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이스웨더는 속도가 다르다. 이 브랜드는 ‘편의점’이라는 매우 익숙한 형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은 완전히 새롭다. 진열대에는 과자와 커피뿐 아니라 디자인 오브제, 잡지, 인센스, LP판이 함께 놓여 있다. 일상적이지만 낯선 조합이다. 이름처럼 ‘기분 좋은 날씨’를 상징하는 브랜드 컬러와 로고는 밝고 경쾌하다.


나이스웨더의 목표는 단순히 예쁜 편의점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차세대 편의점(Next Generation Convenience Store)”이라는 정의 아래, ‘편리함’을 재해석한다. 이들은 편의점의 즉시성과 접근성은 그대로 두고, 그 안에 ‘기분 좋은 소비’와 ‘감각적인 경험’을 더했다. 팝업스토어, 협업 제품, 한정판 굿즈 같은 방식으로 브랜드를 계속 새롭게 경험하게 만든다. MZ세대가 좋아하는 ‘희소성’과 ‘체험’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이다.


흥미로운 건, 나이스웨더가 처음부터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이토추상사, 유나이티드 애로즈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며, ‘편의점’이라는 보편적 포맷을 글로벌 감성으로 확장한다. 즉, 로컬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방향이 보마켓과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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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브랜드를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보마켓이 ‘함께 만들어가는 느린 브랜드’라면, 나이스웨더는 ‘새롭게 정의되는 빠른 브랜드’다. 보마켓은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드는 법을 알고, 나이스웨더는 익숙한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법을 안다.


브랜딩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왜 존재하는가’와 ‘누구와 함께 존재하는가’이다. 보마켓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며 존재 이유를 확장하고, 나이스웨더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한다.


이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경험’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보마켓의 매대 위에는 생활의 온기가, 나이스웨더의 진열장에는 일상의 유희가 있다. 결국 브랜드는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둘러싼 ‘시간과 감정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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