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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으로 이끄는 마중물, 뽀모도로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그때마다 나는 '마중물'이란 말을 떠올린다. 마중물은 펌프로 물어 길어올릴 때 미리 붓는 조금의 물을 말한다고 알고 있다. 마중물을 넣지 않으면 펌프는 헛돌고, 깊은 우물 속 물을 길어올릴 수 없다. 반대로 약간의 물을 미리 부어주면 콸콸콸 물이 펌프를 따라 솟아져 올라온다. 조금 더 실감나게 썼으면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나는 펌프로 물을 길어올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상관 없다. 일이 막힐 때면 나는 '마중물'을 찾는다. 약간은 넋을 놓는 일일 수도 있고, 커피 한 잔의 여유일 수도 있다. 그 여유가 기나긴 나태함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아무튼 그런 마중물 중 하나가 바로 '뽀모도로'란 프로그램이다. 뽀모도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이 글을 참조하시길. 중요한 원리는 매우 간단한데, 25분을 집중해서 일하고 5분 동안 쉬는 것이 그 원리의 모든 것이다. 이를 도우는 여러가지 기계들이 등장했지만 매일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내게는 관련된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다. 내가 쓰는 프로그램은 맥용 'justFocus'. 상단에 25분의 타이머가 숫자로 표시되고, 그 25분이 지나면 화면 전체가 멋진 그림과 함께 화면을 가려 버린다. 그 화면엔 명언 하나와 5분짜리 타이머 하나가 표시될 뿐이다. 그 5분이 끝나면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작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게 전부다. 이게 뽀모도로다.


효과가 있냐고? 물론이다. 적어도 25분만 집중하면 되니까 일에 대한 몰입도가 조금은 올라간다. 그리고 찾아오는 5분의 휴식 시간.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그만인 시간이지만 25분마다 화장실 갈 일이 있을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짧고도 긴? 기다림이 일에 대한 의욕을 활활 불러 일으킨다. 이토록 단순한 내 마음의 심리 상태라니. 그렇게 일하라고 부추겨도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딴짓을 하다가도, 막상 5분만 참으라면 그 시간이 왜 그토록 길게 느껴지는지... 이렇게 25분과 5분의 실랑이를 반복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일에 몰입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게 바로 서른 가지의 스몰 스텝 중 하나인 '뽀모도로'로 일하기다. 요즘처럼 일하기가 다시 없을만큼 따분하고 지루하고 싫을 테면 더욱 효과가 높은 생산 높이기 툴이다.



그렇다면 그 따분한 5분 동안 나는 무얼 하냐고? 늘 같지는 않지만 글을 읽는다. 다른 딴짓을 여러가지 해보았지만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다. 단 5분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읽기는 더욱 쉽고 간절해진다. 매번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5분을 순삭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호두알 같은 나의 뇌가 연두부처럼 부드러워진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나는 비로소 나도 모르게 일 속으로 빠져든다.


스몰스텝이 일로 연결되는 순간 '생산성'이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사람이 어떤 일에든 '몰입'할 수 있을 때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책상 앞에 앉는 것은,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은 마치 기나긴 면벽 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러니 그런 일일수록 스스로의 루틴을 만들 줄 아는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지. 한 번에 그 고된 생각의 노동 속으로 몰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고,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뽀모도로'를 권한다. 어디에서건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그 답을(앱이든 프로그램이든, 설명이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젠장... 5분만 딴짓 한다는게 시간을 오버하고 있다. 다시 일로 돌아가자. 할 일이 태산이다. 뽀모도록 작동. 25분 시작. Just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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