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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목수를 위한 다섯 가지 글쓰기 도구

서툰 목수가 연장 탓을 하는 법이다.

이래저래 사모은 키보드 갯수만 열댓개.

기계식 키보드가 끌릴 땐 용산까지 직접 찾아갔고

아무리 공들여 샀어도 키감이 맞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생색을 내며 선물로 주어버리곤 했다.

그만큼 손끝의 감촉에 민감한 나로썬

서툰 목수의 그 심정을 충분히 알 법도 하다.

실력이 모자라니 도구라도 내 맘에 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노트북이건 모니터건 노트이건 펜이건

유별나게 까탈스러운 내 쓰기의 욕구는

결국 온라인의 영역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중이다.

그 시작은 다름아닌 메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1) 네이버 메모장


세상에는 수많은 메모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가장 쉬운 도구는 바로 수첩과 볼펜이다.

하지만 언제고 한 번은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과

검색 기능의 부재가 수첩을 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메모 관련 프로그램들의 경쟁을 헤치고

내가 정착한 메모앱은 바로 네이버 메모장이다.

메모장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속도와 안정성이다.

꺼낸 즉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프로그램을 연 후 한 번 '+' 버튼을 눌러야 하는

에버노트를 위시한 많은 앱들이 아웃을 당했다.

네이버 메모장은 여는 즉시 쓸 수 있다.

한 번의 실행만으로도 입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네이버란 회사가 망할 것 같지는 않다.

실컷 데이터를 저장해놓았는데 회사가 사라지면 큰 일 아닌가.

또 한 가지 핵심적인 기능은 다름 아닌 확장성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고 실행과 저장이 가능해야만 했었다.

맥북용 전용 프로그램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뼈아픈 단점.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nhn.android.navermemo&hl=ko


2) 포켓


글감 찾기를 위한 또 하나의 도구는 '포켓'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사나 콘텐츠들을

언제 어디서건 클릭 한 번으로 저장해놓을 수 있다.

바쁜 이동 시간 중에 정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포켓은 그런 욕구를 잘 건드린 멋진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이든 웹 써핑 중이든 상관이 없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저장이 가능하고

강력한 검색 기능으로 지난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걸러진 나만의 기사들은

내게는 일종의 스몰 데이터인 셈이다.

편의성과 유용함에서 압도적인 리서치 도구다.


https://app.getpocket.com/


3) 에버노트


두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노트 프로그램,

메모와 포켓으로 수집된 기사들은 여기서 또 한 번 정리의 과정을 거친다.

카테고라이징과 검색이 뛰어난 에버노트를 활용해

내 관심사의 영역들이 또 한 번 명징해진다.

사진 속 글씨 검색까지 가능한 강력한 찾기 기능과

오랫동안 다듬어진 매끈한 UI 디자인,

본격적인 글쓰기를 위한 직전의 단계까지

에버노트는 오랫동안 많은 역할을 감당해왔다.

텍스트 위주의 자료를 수집하는 내게는 비용도 부담이 없다.

코끼리의 귀처럼 넉넉한 에버노트,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을 들어줄법한 멋진 도구다.


https://evernote.com/intl/ko


4) 브런치


사실 브런치는 미디엄을 빼닮은 서비스다.

다만 미디엄이 한글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주 오래 전에 브런치로 옮겨왔었다.

그리고 지금은 청.출.어.람.

가벼운 글쓰기에 최적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브런치의 장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타의 서비스들이 가진 수많은 메뉴들을 증오?한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왜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

수십 개의 메뉴가 박힌 에디터 프로그램들이 번잡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메뉴는 숨겨져 있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살짝 열어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오랜 편집이 필요한 긴 글들을 쓰는데는 부적합하지만

짧은 글들을 연재하기엔 브런치만한 서비스가 다시 없다.

그렇게 가끔씩 쓴 글들로 벌써 두 권의 책을 냈다.

(한 권은 두어 달 후에 나온다)

그리고 다시 두 권의 책을 브런치를 통해 쓰고 있다.

글쓰기에 관한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읽은 브런치 서비스.

왠지 브런치를 열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https://brunch.co.kr/


5) 스크리브너


이제는 제대로 된 글을 위해 돈을 좀 써야겠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스크리브너'

외국의 많은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긴 글을 쓸 때 분명해진다.

사실상 긴 글은 쓰는 과정보다 편집의 과정이 더 많은 법이다.

1장의 글이 제일 뒤로 가기도 하고

2장의 두 번째 단락을 5장의 첫 번째 단락으로 옮기는 일이 흔하다.

일필휘지의 문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내용을 수정하고 위치를 옮기는 일은 번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스크리브너는 이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글의 구성과 위치를 손쉽게 옮길 수 있다.

정작 글을 쓸 때는 모든 메뉴를 감춘체 커서만 깜빡이게 할 수도 있고

애써 모은 글쓰기 자료들을 한 화면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도 모르는 기능들이 숱하게 많다.

긴 글을 제대로 써보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https://www.literatureandlatte.com/scrivener/


결국 알려지고 말았다.

글쓰기가 서툰 탓에 연장만 매만지는 나의 민낯이.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 도구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니까.

컴퓨터 하면 아래한글 밖에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글은 당연히 워드로 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만의 도구가 필요한 시대다.

내게 맞는 도구를 고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그 도구를 구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손 끝에 느껴지는 딱 맞는 키보드의 감촉,

적당한 크기와 해상도로 한없이 넉넉한 모니터와

쓰는 과정 자체로도 즐거워지는 맥북과 같은 노트북들.

글쓰는 과정이 어렵기에 도구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것을 매만지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견딜 수 있는게

글쓰기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낭비한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당신에 백에 열광하고 차에 열광할 때

나는 아주 소박하게 키보드를 고르고 있을테니까. :)





* '쓰닮쓰담',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

(참여코드: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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