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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문장) 수집 생활

"즐거움엔 끝이 없다"


케이블 방송 tvN의 이 헤드 카피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끝이 없는 즐거움"


그렇다면 코엑스몰의 이 카피는 어떤가. 이걸 같다고 해야 할까? 다르다고 해야 할까? 과연 어느 쪽이 어느 쪽의 카피를 카피?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한 쪽이 어떤 영감을 얻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또 비슷한 카피들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괜스레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에버노트를 검색해 유사한 카피들을 찾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함께 하는 즐거움"


지금은 이름이 바뀐 크라운 맥주의 광고였다.


"사랑엔 끝이 없습니다"


교보생명의 광고다. 그런데 비슷한 단어로 찾은 유사한 카피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잊을 수 없는 고향, 고향의 맛 다시다"

"밥알 없는 청식혜"

"알 수 없는 짜릿함"

"잊을 수 없는 감동"

"변함 없는 오랜 명성"

"즐거움에는 힘이 있다!"



마지막 CJ의 카피를 보며 카피의 카피에 대한 오해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카피의 세계처럼 이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었다. 참조를 했든, 영감을 얻었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나다. 우리는 문장을 수집해야 한다. 글감을 수집해야 한다. 넓이가 깊이를 만든다. 창작의 고통에 매달리지 말고 변주의 즐거움에 참여해야 한다. 머리 좋은 카피 라이터들은 당신이 한 번쯤 했을 고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카피들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치 백종원이 만든 만능 간장처럼. 짧은 글의 제목 부터 수없이 많이 필요한 소제목과 띠지에 두를 한 방의 멋진 카피, 심지어 당신 첫 책의 제목에까지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멋진 제목을 뽑지 못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게으르기 때문이다. 그대로 베껴 쓰라고 말하지 않았다. 변주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창의성이란 전에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창의성이란 있는 것들의 조합에 관한 것이다. 글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제목이건 소제목이건 카피이건 제목이건, 중요한 것은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하면 쉽게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그래서 나는 카피를 수집한다. 문장을 수집한다. 명언을 수집한다. 요즘에 즐기는 수집은 다름 아닌 드라마 제목이다. TV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이러한 제목들에는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트렌드가 있다. 감각적인 표현들이 넘쳐난다. 드라마의 제목만 보아도 연대를 맞출 수 있을 만큼 각 시대에는 유행하는 제목들이 따로 있었다. 이 글의 제목도 드라마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누가 뭐라할 것인가. 누가 비난할 것인가.



수집하는 습관을 들이자. 나는 길을 가다가도 멋진 카피를 만나면 반드시 찍어둔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카피는 강남대로를 걷다가 발견한 다음의 카피였다.


"이쁘면 DA야"


성형외과 광고만 봐도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 꼭 이 말이 가진 숨은 뜻에 동의해서만은 아니다. 글의 목적은 지식과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글에는 그것이 가진 목적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글이 일기와 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들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글을 '감각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감각은 세상에 없던 그 무엇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카피한다. 영감을 얻는다. 우리의 글쓰기 실력은 발품에 있다. 손품에 있다. 부지런히 감각적인 글과 문장을 모으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그런 노력의 결과라면, 카피의 카피는 무죄다.





* '쓰닮쓰담',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

(참여코드: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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