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다이어트란 걸 한다.
간만에 허기를 느낀다.
배고픔이 반갑다니 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배고픔으로 죽어가고 있을텐데.
하지만 적당한 허기는 건강하다는 신호다.
모자란 것 만큼이나 과한 것도 나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 글은
글쓰기에 관한 적당한 배고픔에서 왔다.
뭔가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글은 뭔가를 쓸 때 더 쓰고 싶어진다.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고
한 주의 일들을 기록하고
틈틈히 무언가를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다이어트한다.
작가들이 왜 그토록 매일 글을 쓰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 과정을 통해 삶을 다이어트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날씬해진 사고와 경험들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는다.
출장 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그렇다.
내 삶이, 생각이 둔해지지 않도록
나는 지금 글쓰기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적당한 글쓰기의 허기를 느낀다.
기분 좋은 허기다.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살을 즐긴다.
급하게 사온 커피 한 모금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