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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퍼센트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숨은 비밀

사무실에서 화분을 가꾸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그런데 식물들이 자꾸만 죽어 나갔다. 제 때 물을 주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그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화초를 죽이지 않도록 제 때 물을 줄 수 있을까? 그는 그 내용을 자신의 오래 된 노트에 미리 적어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멋진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오뚜기의 원리를 떠올린 것이다. 물을 주지 않으면 기울어졌다가, 물을 주면 다시 일어서는 구조의 화분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화분이 식물 대신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제 때 물을 줄 수 있었다. 이 디자인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세상에 없던 화분 '롤리 폴리 팟'의 탄생이었다.



좋은 글감을 찾는 데도 비결이 있다. 그저 많이 모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핵심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위의 이야기를 어느 인터뷰에서 들었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학교 중 하나인 파슨스 스쿨에서 최연소 교수를 역임한 사람이다. 지금은 카이스트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그의 이름은 배상민이다. 그는 인터뷰 중에 평소에 갖고 다니던 노트를 꺼내 보여 주었다. 가죽 표지의 그 노트는 한 권의 두께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었다. 그런 노트가 몇 권이나 된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 수많은 아이디어와 질문을 적어둔다고 했다. 말하는 화분의 아이디어도 아마 그 노트에서 나왔으리라. 이런 원리는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상민 교수의 이야기 중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거의 100% 성공한다는 단언이었다. 의문을 품은 채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았다. 원리는 다음과 같았다. 그는 평소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완성된 작업물로 미리 만들어 둔다고 했다. 그리고 비슷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으면 그 결과물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마치 화살을 미리 쏜 후에 과녁을 갖다 두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의 노트가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프로젝트가 왜 성공율 100%를 자랑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평소에 글감을 찾아다닌다. 그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할까?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저토록 작은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것일까?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날마다 다섯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줄까? 저 사람은 왜 매일 한복을 입고 다닐까? 저 사람이 저토록 새로운 공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00일을, 1000일을 연달아 쓰면 대체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내가 쓴 모든 글의 바탕에는 이런 질문들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집요한 실천으로 그 답을 찾아내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나는 바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질문을 계속하고, 지치지 않고 답을 찾아나선다.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그 다음의 일이다.


'진용진'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그가 만들어 올리는 영상 콘텐츠는 화면도 편집도 조악하다. 하지만 주제만큼은 언제나 신선하기 그지없다. 바로 남들이 궁금해 할법한 사소한 의문을 대신 해소해주는 컨셉이다. 살다 보면 괜히 궁금한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나머지 그냥 그대로 묻어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는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직접 찾아다녔다. 무한리필 고깃집은 정말로 서비스를 무한대로 제공할까? 택시에서 아무 데나 가달라고 하면 어디로 갈까? 눈을 감고 술을 마시면 구분할 수 있을까? 방송이 끝나고 나오는 상품권은 누구에게 가는 것일까? 이처럼 굳이 시간을 내서 알아보기 귀찮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직접 해보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그저 호기심에 그칠 뿐이다. 우리는 좀 더 '가치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사람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 아무리 정확한 답을 찾을지라도 사람들의 필요와 닿아 있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잠들기 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만나도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도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오랜 관찰과 실천을 통해 '나만의 답'을 찾아나선다. 글을 쓰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글을 잘 쓰는 일은 그 다음, 다음의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순서를 뒤집어 생각한다. 글을 잘 쓰고 싶어하지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주제와 키워드를 고민하지 않는다. 질문이 뻔하고 평범하면 그 답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식상한 글은 재미가 없다. 직접 해보지 않은 경험은 지루할 뿐이다. 그러니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좋은 질문을 던지자. 나만이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질문을 해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그 답을 찾아보자. 그리고 나서 쓰는 글은 서툴러도 괜찮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은 바로 그런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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