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토욜의 신나는 토요일

그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뭔가를 읽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다. 난독증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6회 12주간 계속되는 글쓰기 모임에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그 방문이 놀라웠던 이유는 그가 전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주에서 서울까지는 빨라도 2시간 반, 차가 조금이라도 막히면 3시간이 훌쩍 넘는 먼 거리다. 그런데 그는 1기는 물론 2기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운 글쓰기 결과로 나타났다. 그의 글은 호흡이 짧다. 하지만 유머와 깨달음이 적절히 어우러져 묘한 중독을 불러온다. 덕분에 그가 쓴 글은 나름의 팬덤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뜨거운 반응이 한동안 그의 글쓰기를 막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로 선수 1년차의 성공이 불러오는 2년차 징크스처럼, 그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반드시 뚫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결국 발견한 것은 '일상'의 것들이었다. 오랫동안 특별한 무엇을 찾기 위해 그는 많은 길을 돌아왔다. 남의 평가에 귀기울이지 않는 성격으로 삶의 효율과 열정만을 중요시 여기던 때도 있었다. 회사의 대표가 되어 모진 어려움을 겪어보기도 했고, 그런 경험 탓인지 타인을 실망시키기 싫어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 때도 있었다고 했다. 욕을 먹기 싫어서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 어쩌면 전주행은 그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정의 도피는 아니었을까? 모든 것이 1/3로 축소된 삶, 오롯이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 그는 전주에서의 생활을 통해, 우리와의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자기다운' 삶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가 글을 통해 가장 자기다운 삶의 단서를 발견했음을 이 한 편의 글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젋은 시절의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을 클럽을 갈 정도로, 아이디를 토요일이라 지을 정도로, 절대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좇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다르다. 일상의 소소한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글을 통해 만난 그의 모습엔 장난끼 가득한 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는 삶은 얼마도 고되고 힘들었을까? 자신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그였다. 계획대로 안 되어도 좋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선물이라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롤 어설픈 완벽주의자라 말한다. 그런데 삶을 대하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그의 삶을 즐거움을 가득하게 만들곤 한다. 전주 비빔밥을 소재로 한 그의 글에는 타성과 편견에 젖은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우리를 재미난듯 바라보는 그의 유쾌한 시선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나는 우리도 몰랐던 그의 모습이 글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토요일은 완벽하지 않은 날이다. 반쯤 비어 있는 날이다. 놀기에도 좋지만 일하기도 좋은 날이다. 일요일만큼 완벽하게 놀 수 없지만, 일요일을 뒤로 했기에 더욱 더 여유로운 날이다. 나는 그런 그의 아이디가 너무도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기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것은 그의 삶이 개성과 유머와 세밀한 관심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흉내낼 수 없다. 짧게 끊어 쓰는 글에는 생동감이 가득 흐르고, 관조하는 듯 일상에 뛰어드는 그의 일상은 언제나 재미와 탐험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삶이 월요일이거나 일요일, 둘 중의 하나라면 그의 삶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토요일을 닮은 듯 하다. 그가 앞으로 펼쳐갈 다양한 토요일에는 또 어떤 재미가 숨어 있을까? 그가 속히 그런 하루로 가득한 에세이를 썼으면 좋겠다. 책의 제목은 '토욜의 신나는 토요일', 부제는 '나이 마흔에 발견한 신나는 토요일 사용법', 나라면 사서 읽겠다. 재미는 보장, 감동은 선택, 생생함은 필수인 그의 책은 언젠가 반드시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그의 글을 읽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웃음이 배어나는 상쾌한 사과맛 같은 새콤하고 싱싱한 글을.

매거진의 이전글 성재님, 이제 스위치를 켜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