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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골목식당'이 변하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모두가 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는 거지? 손님이 와주기만 해도 고맙겠다던 약속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1인 1라면만 허용되고 카드 결제는 사양, 맛까지 달라졌다. 김밥 속 톳은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라면의 진한 해물맛은 사라진채 매운 맛만 남았다. 방송을 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분노가 줄을 이었다. 10개월 만에 다시 찾은 백종원을 바라보는 사장님의 눈이 가볍게 떨리고 있다. 그건 다름아닌 '욕심' 때문임이 분명해 보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거제도의 어느 분식집 얘기였다.


하지만 가정을 해보자. 우리라고 달랐을까?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 확신할 수 있을까? 초심을 지키기 쉽다면 그렇게 모두가 초심을 외치지 않을 것이다. 2020년을 맞는 나의 새해 가장 큰 목표는 어떤 약속이든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어느 날 약속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이긴 했지만 다음과 같은 상대방의 말이 뼈를 때렸다. 왜 전화를 하지 않았냐고 하니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늘 그렇게 늦으시니까..."



방송에 나오는 거창한 약속만이 약속은 아니리라. 자신과 한 보이지 않는 약속도 그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수시로 그런 약속을 잊고 산다는 것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말이다. 다시금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거제도의 세 식당 중 내년에도 그 약속을 지키는 식당은 얼마나 될까? 방송에 나온 식당 중 초심을 지키는 식당은 또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은 그 약속을 다시 어길 것이다. 그들이 특별히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결같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몇몇 식당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포방터 시장의 돈까스집은 왜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대박집은 천운이다. 그가 방송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백종원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지금과 같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방송에 나오고도 3000만 원짜리 전세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던 그다. 그럼에도 그는 맛을 지키기 위해 고기의 힘줄 부분을 뭉텅뭉텅 잘라내고 있었다. 식당 주인의 아내는 오히려 재료비를 더 쓰라고 남편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연돈'이라는 브랜드를 소리소문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스몰 스텝의 핵심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쉽도록 아주 잘게 쪼개어 실천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이 둘은 이 지점에서 묘하게 만나게 된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약속을 지켜가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140일 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써오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약속대로 천 일을 쓰면 나는 브랜드가 되어 있을까? 어쨌든 나는 천 일을 향해 갈 것이다. 어둠 속에서 100일 간 마늘과 쑥을 먹은 후 결국 웅녀가 되었던 한 마리의 곰처럼 말이다.








* 약속을 지키는 더 많은 작은 브랜드들을 만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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