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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도어 데스크

아마존의 전 사원에게는 도어 데스크란 책상이 지급된다. 일반적인 책상보다 더 긴 원목으로 된 책상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창업 초기 직원들의 책상을 알아보던 베조스 회장이 훨씬 더 가격이 싼 문짝을 발견하고 여기에 각목을 대어 데스크를 만든 것이다. 이후 이 책상은 아마존의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이 뿐 아니다. 아마존의 자판기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로 운영된다. 원래의 기능과는 상관없이 광고를 보여주기 위한 전구를 모두 빼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화들을 박정준 씨가 쓴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책에서 읽었다. 내가 지양하는 가치와 매우 다른 회사임에도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가치의 구체화를 너무도 생생히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나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이 그저 단어나 구호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존의 경영 철학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제프 베조스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름아닌 그 회사에서 무려 12년 간 일한 직원이 쓴 책에서 보았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간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의 여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내가 매일 어렵사리 고민고민하며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작은 실천이 쌓여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스몰 스텝의 가치, 그것을 내가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공허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주말 밤 고민고민하며 이 한 편의 짧은 글을 기어이 써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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