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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않는 포도주 '웰치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토마스 웰치는 치과의사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그는 성찬식 때 주어지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경은 분명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그는 때마침 파스퇴르 박사가 개발한 '저온살균법'을 통해 취하지 않는 포도주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알콜을 만드는 효모를 파괴하는 법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1869년 우리가 아는 '웰치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때의 상품명은 '발효되지 않은 와인', 하지만 사람들은 와인을 더 좋아했다. 토마스 웰치는 결국 4년 만에 이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취하지 않는 와인은 아들인 찰스 웰치에 의해 극적으로 되살아난다. 그는 아버지가 만든 포도즙에 '웰치스 포도주스'라고 이름 붙였다. 와인이 아닌 과일 주스로의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1893년 만국박람회에 이 포도주를 대중에 선보였다. 건강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덧입힌 웰치스는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제품을 전혀 다르게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웰치스의 성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19년 금주법 시행 때문이었다. 당시의 농가는 일제히 와인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대신 웰치스는 불완전한 주스에서 '절제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취하지 않는 즐거움을 찾는 이들에게 이만한 알콜 대체제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신발을 사고 싶은 사람들의 눈엔 거리에 나온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이들에겐 포도주가 와인이 원료로만 보이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 포도를 통해 포도주스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같은 포도주스를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세상의 반응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전혀 다른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은 파타고니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아웃도어를 주로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조금만 이 브랜드를 들여다보면 이들의 지상 목표가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옷을 팔지 않는다.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싶어하는 '가치'를 파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게 뭐냐고? 이들은 옷 말고도 시리얼과 맥주, 연어와 샐러드를 판다. 연어의 적정 수확량을 지키는 방법을 통해, 지역민이 직접 수확하는 방식으로 지구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오늘 만난 올리브영의 브랜드 담당자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건강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그래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외에도 건강한 먹거리를 팔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올리브영이 바라보는 미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더 크다. 사람들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은 너무나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웰치스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같은 포도를 통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것 역시 일종의 신념이자 가치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그러니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 내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자. 나는 왜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내가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사람들의 어떤 욕구와 욕망을 채우고 있는가. 그게 선명할수록 같은 상품으로도 전혀 다른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차별화된 프레임(시선, 가치관)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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