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두부는 네모 반듯한 모양과 플라스틱 포장이 전부다. 그런데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토 신고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두부 제조 회사에서 상품개발 담당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하청 업자로 전락한 현실을 마주하고 크게 실망했다. 그리고 스스로 차별화한 두부를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하기에 이른다.
2000년, 그는 1년 간의 노력 끝에 고급 두부인 '오타마 두부' 개발에 성공한다. 가격도 일반 두부의 2배인 200엔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에 3500모만 정도만 팔려도 대박으로 평가받던 시절에 매일 8000모씩 팔려나갔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당도가 높은 홋카이도산 콩만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매일 100kg이 넘는 콩을 쓰며 새로운 두부 개발에 몰두했다.
2005년 3월, 그는 아버지 회사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교토에 ‘오토코마에(男前·남자다운) 두부점’을 차렸다.제품의 앞면에는 한자로 ‘男(남자)’이란 글자를 크게 써넣어 호기심을 유발했다. 제품 가격은 300엔으로 일반 두부의 3배에 달했다. 2006년에는 월간지 닛케이트렌드지가 선정한 일본 히트상품 6위에 오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맛 뿐만이 아니었다. 바닥이 이중으로 된 용기를 만들어 밑바닥에 두부의 수분이 조금씩 고이도록 했다. 두부를 산 뒤 바로 먹으면 담백하게 먹을 수 있고, 다음날은 맛이 깊어져 마파두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싸지만 ‘특별한 날’ 맛있는 두부를 먹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로고송, 캐릭터 그림이나 배경 그림 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두부에도 이야기(스토리텔링)가 필요하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두부를 만드는 사람이 가진 세계관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준다면 보다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 일본에서 주요 소비재의 소비세가 8% 오르면서 가격 부담이 더욱 커졌다.원재료의 가격도 오르면서 매출은 급속도록 줄어들었다. 결국 세 곳의 공장을 폐쇄하고 교토로 생산시설을 일원화한다.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제품의 질을 높이는 ‘정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10년 새롭게 발매한 두부제품 ‘켄’ 시리즈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3개들이 소용량 제품이 다이어트 식단으로 유용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총 2억팩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7년 회사는 다시 V자 반등을 그릴 수 있었다.
두부는 제조법도, 모양도 평범한 제품이다. 따라서 차별화하기 힘든 제품이기도 하다. 가격 외에 다른 요소로 승부하기 어렵다보니 가격 경쟁에 골몰하게 된다. 하지만 오토코마에는 그런 평범함을 거부하고 맛과 원료와 포장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센세이션을 일으킬만 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남들도 따라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두부 업체는 일본의 인기 만화 캐릭터인 '건담'을 주인공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토코마에는 '스토리'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연두부를 개발하면서 '바람에 휘날리는 조니'라는 캐릭터를 새로이 개발하기도 했다. 회사 입구에는 이 조니의 동상을 세워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했다.
차별화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대개 그 차별화는 창업자의 철학과 관심과 열정에서 나온다. 이 회사의 대표 이토 신고는 제품 캐릭터의 로고송을 직접 작사, 작곡해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창업자 내면에서 나온 독특한 차별화 요소는 남들이 따라가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만든 브랜드를 차별화할 경쟁 요소를 그 누구도 아닌 '내 안'에서 찾아보자. '남자다운' 두부를 만들고 싶었던 이토 신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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