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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을 이기는 법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01.

월요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몇이나 될까? 나는 직장 생활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월요일이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은 커녕 불행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도 생각했다. 늘 일에 치여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데 왜 그리 닥친 일에 목을 매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대표님에게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혹 월요일 출근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월요일은 한 회사의 대표도 피해가지 않는 듯 했다. 그도 힘들다고 했다. 괜히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아 잠시나마 안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방법이 필요했다. 문득 어린 시절 주말 아침마다 TV에서 만화영화를 틀어주었던 기억이 났다. 한참 잠이 많을 나이, 그 만화를 보기 위해 눈을 부비며 새벽을 깨웠다. 무슨 생각으로 그 시간에 아이들용 만화 영화를 방영했는지는 지금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새벽에도 눈이 번쩍 번쩍 떠진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도 월요병을  극복할 묘안을 찾아냈다. 그건 가장 싫은 월요일에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를 배치하는 일이었다. 그때의 내게는 그것이 다름 아닌 '독서'였다.


어느 날 상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월요일은 6시 반에 칼퇴를 하겠다고 말이다. 엄밀하게는 칼퇴라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그 때 상황에서는 그랬다. 그리고 나는 바로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 없이 책을 읽었다. 한참 '자기계발서'에 빠져 있을 때였다. 교보문고 서가 후미진 곳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었다. 여러 권의 책을 쌓아놓고 읽었다. 그리고 9시 반, 영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들릴 때까지 독서를 계속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그 3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가장 공포스러운 월요일이 가장 행복한 경험으로 중화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월요일의 균열은 뜻 밖의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나는 월요일에 고르고 고른 책의 인상 깊은 구절들을 회사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밑줄 그은 문장을 텍스트로 나누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반향이 있었다. 하루에 한 두 명, 그 글귀를 읽은 사람들이 고맙다는 답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렇게 읽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간절함으로 시작한 일인만큼 깨달음도 많았다. 조금 지나자 온라인 서점과 포털 사이트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수십 만원의 적립금을 보내오면 리뷰를 써달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파워 블로거가 되어 가고 있었다.


회사는 회사대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책 많이 읽고 서평 잘 쓰는 직원으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모회사가 출판사라 그 소문은 편집장 귀에까지 들어갔다. 어느 날 이미 출간된 책을 리라이팅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150만 원을 받고 계약서를 쓴 후 약 6개월 간 생애 첫 책 쓰기 경험을 했다. 마지막 마감을 할 때는 아예 휴가를 내고 피씨방에 들어가 12시간 동안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지 못했다. 내 이름이 나온 책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경험은 내게 나도 몰랐던 책쓰기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셈이 됐다. 월요일 오후의 작은 독서 경험은 이렇듯 나비 효과가 되어 내 삶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도 서평 쓰기는 계속 되었다. 나는 그렇게 받은 적립금을 직원들에게 모두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어차피 그 많은 책을 사볼 수도 없었기에 기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로부터는 책 소개 글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연말에는 서평 분야의 파워 블로거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크고 놀라운 변화는 따로 있었다. 내게 리라이팅을 의뢰한 브랜드 컨설팅 회사 대표로부터 직접 스카웃 의뢰를 받은 것이다. 그 때 내 나이 서른 다섯 때의 일이었다. 직업이나 경력을 바꿀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고 회사를 옮겼다. 오늘의 나를 만든 내 생애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었다.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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