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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까운 편의점의 미래, 고잉메리와 폭스트롯

요즘 을지로는 '힙지로'로 불립니다. 목요일 오후, 을지로 4가에서 내리자 마자 만난 을지타워의 모습도 딱 그랬습니다. 요즘 핫한 가게들로 가득 채워진 세련된 빨간 벽돌 건물은 을지로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트렸거든요. 아무튼 거기서 '고잉메리'를 만났습니다. 이곳이 어디냐구요?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흔한 편의점입니다. 그런데 조금 다릅니다. 편집샵이 컨셉인데다 카페, 가벼운 식당과 주점의 역할까지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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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4가에서 만난 힙한 편의점, 고잉메리


일단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말은 편의점인데 상품의 구색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의 편의점에선 만나지 못할 제품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술과 과자, 식품들이 즐비한데 생소한 브랜드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요괴라면이 있습니다. 농심과 삼양 라면에 지친 영혼들이 열광했던 라면 브랜드입니다. 신사동냉초면맛, 봉골레맛, 크림크림맛, 국물떡볶이 맛까지 라면의 국룰을 어기고 새로운 맛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라면을 만든 회사가 '옥토끼프로젝트'라는 곳이고, 이 회사가 새로운 편의점 '고잉메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라면에 그 편의점입니다.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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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폭스트롯', 편의점에 카페, 배달 서비스까지 더해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죠. 이 편의점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폭스트롯'에서 영감?을 얻었을 거란 사실을 말이죠. 이곳 역시 편의점에 카페와 배달까지 더해 각광받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상품과 서비스의 강력한 큐레이션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항상 좋은 품질과 맛을 지닌 다양한 상품들을 엄선해서 소개하거든요. 심지어 와인 소믈리에까지 상주합니다. 전체 상품의 15% 정도는 로스터리 커피, 수제 맥주, 빵집, 꽃가게 등의 로컬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매장의 진영 상품은 모바일로 주문이 가능하고,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습니다. 매달 온라인을 통해 신상품을 소개한 후 반응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형식입니다. 어떤가요? 두 브랜드가 많이 비슷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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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취합한 '옴니' 매장인 셈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마른 영혼들을 위한 세상에 없던 편의점의 컨셉인 것이죠. 그리고 고잉메리를 제안한 누군가가 이 매장에 탐을 냈을 겁니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폭스트롯은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했거든요. 사실 폭스트롯을 벤치마킹한 브랜드는 고잉메리 뿐만이 아닙니다. 가로수길에서 만난 '나이스웨더'도 똑같은 컨셉입니다. 매장의 크기도 훨씬 작고 상품 구색은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형태만 편의점의 형식을 빌렸지 새로운 시각으로 상품을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방식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매장을 만든 곳이 '배드파머스'와 '도산분식' '아우어 베이커리'를 만든 CNP푸드라는 것도 '역시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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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의 '나이스웨더', 바로 옆에는 '아우어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어요.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새롭게 해석한 가게와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편의점의 변신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 쇼핑 후 운동을 할 수 있는패미리마트의 '피트 앤 고', 세탁을 할 수 있는 '런드리',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포프라의 '스탠딩 바'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편의점을 '재정의' 합니다. 기존의 편의점의 역할을 확장하는 겁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미용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만화방에서 와인을 파는 겁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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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메리'에서는 요괴라면을 직접 조리해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5만 개에 달하는 편의점에 식상해 있습니다. 시장은 포화 상태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편의점인데 속은 전혀 다른 이런 브랜드들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편의점을 재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은 있습니다. MD의 '편집력'이 관건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 서비스, 브랜드 등을 탐색하고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입니다. 그것들을 조합하는 능력은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MZ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들의 다음 세대는 또 많이 다를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공부해야죠. 우리나라 시장을 넘어 전 세계의 트렌드 변화를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거기서 새로운 인사트를 발견해야 합니다. 제가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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