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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멀어지는 투명한 대화법

속 편한 대화가 시작되는 가장 쉬운 방법

by 비행기모드

저에게는 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지요.

여동생은 저를 소개할 때, 꼭 이렇게 말합니다.


“언니는 참 투명한 사람이야.”


저는 평소에 특별히 숨기는 비밀도 없고, 말과 행동의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편인데요. 그런 투명함을 대화에 적용하니 상대에게 오해를 받는 일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오해와 멀어지는 ‘투명한 대화법’입니다.



1. 상대에게 의도를 투명하게 밝히기

내 말과 행동의 의도를 밝히면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먼저 식사를 끝낸 상황입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 적게 먹은 것인데, 상대방은 ‘밥 맛이 없나? 이 자리가 불편한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때 ”저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점심을 조금 먹는 거예요. 신경 쓰시지 마시고 천천히, 편하게 드세요. “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은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편한 마음으로 점심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 승무원 시절, 브리핑할 때부터 기내 근무를 할 때까지 수시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직 신입 승무원이니 잘 모를 텐데.. 이건 알려나?’ 하는 의심 섞인 질문이 대부분이었지요. 대답을 잘하면 저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대답을 잘 못하면 싸해진 분위기에서 눈치를 보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촉을 세우고 있던 그때, 한 사무장님은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제가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요. 혹시 이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나를 시험하지 않는다는 의도가 느껴지자 저는 더욱 편한 마음으로 제가 아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화 상담을 할 때, 회사에서 다른 사람과 협업을 할 때 의도를 드러내고 질문해 보세요. 내 의도를 명확히 알리면, 상대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2. 나의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감정과 생각을 표출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20년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신 요가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라운드숄더가 있는 사람 중에는 자기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분들이 많아요. 긴장을 자주 하고 상처를 받으니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몸이 움츠러드는 거죠. “


저도 라운드숄더가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참고 참으며 속 끓이는 성향이 있습니다. 서비스직인 승무원 업무를 하면서 더 심해졌지요.

내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을 회피하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괜히 갈등을 만들기도 싫고, 평화로운 상황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감정이 타인과의 관계와 건강에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내가 잊은 줄 알았지?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그때도 이랬잖아!” 하고 한 번에 감정이 폭발하거나

나 혼자 삐쳤던 순간에는 상대는 영문도 모른 채 황당해했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투명하게 전달하려고 연습하는 중입니다.


“그건 좀 당황스러워요. 다른 방법 없을까요? “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좀 속상하더라고. 앞으로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


용기 내서 꺼냈던 솔직한 한두 마디가 오히려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유려한 말싸움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투명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던 것이었지요.


3. 상대를 투명하게 바라보기

1,2, 번에서는 ‘나’를 투명하게 비추었다면, 이번에는

‘상대’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간단합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 성향을 내 멋대로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원하는 게 있을 때는 상대가 투명하게 보여준 관심사에 맞추어 다가갑니다.


전직 유치원 교사였던 후배 승무원이 어린이 승객을 응대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기내에서 5살, 7살이 된 어린 남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벨트를 매지 않겠다며 크게 울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니, 비행기에서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쟤네 부모는 왜 이렇게 애를 통제를 안 해? 애 교육 시킬 마음이 있는 거야?’라며 볼멘소리를 하겠지요.


하지만 그 후배 승무원은 달랐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우리 친구들~ 몇 살이에요?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구나! 그런데 멋진 형님은 자리에 앉아서 작게 말해요. 벨트를 잘 매면 벨트에 ’ 스티커‘ 붙여줄게요.”라고 응대했지요. 어린아이들은 금세 조용해졌고, 스티커에 눈을 반짝였습니다.


후에 제가 후배에게 어린이 응대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는데요. 대화할수록 세심한 응대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 스몰톡으로 라포형성을 하며 마음을 연다.

“우리 친구들~ 몇 살이에요?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구나!”


2) 실제 유치원에서 많이 쓰는 ‘형님’이라는 호칭 사용(언니, 오빠, 형아 대신 ‘형님’을 많이 쓴다고 함)

“멋진 형님은 자리에 앉아서 작게 말해요.”


3) 어린이 승객이 갖고 있는 물건을 보니 시크릿쥬쥬, 티니핑 캐릭터가 있어서 동일한 캐릭터 스티커로 동기 부여

“벨트를 잘 매면 벨트에 ’ 스티커‘ 붙여줄게요.”


어른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상황을 투명하게 바라봅니다. ‘쟤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는 나를 통해서 덕 보겠다는 심보인 거야.’라는 왜곡된 의도는 오해의 시작입니다. 그저 ‘힘들어하는구나.’,

‘이런 게 기분이 좋았구나.’하며 투명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게 있을 때는 상대가 투명하게 보여주는 관심사로 다가가면 쉽게 마음을 열지요. 휴대폰 배경화면, 대화 주제, 소지품의 특성과 브랜드 등을 보면 상대의 관심사가 보입니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


자꾸 오해를 받으시나요?


이제는 승무원이 쓰는 투명한 대화법으로 속 편한 대화의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이 편하면 상대의 마음이 편해지고, 서로의 마음이 편하면 관계도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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