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함이 특별함이 되는 순간
제가 근무 중인 항공사에는 화제의 객실 승무원이 있습니다. A사무장님은 매달 승객의 칭송레터를 팬레터처럼 많이 받습니다. 빈번한 칭송으로 회사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을 하셨기에 신입부터 시니어 승무원까지 A사무장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드디어 저도 A사무장님과의 비행이 나왔습니다. A사무장님에게는 과연 어떤 노하우가 있을까요?
A사무장님과 함께했던 비행은 베트남 다낭에서 한국으로 가는 밤 비행이었습니다. 해당 시간대는 동시에 출도착 하는 항공기가 많아 이륙이 지연될 때가 많은데요. 기장님께 '항공기 간격 분리로 인한 지연 예정‘ 소식을 듣고, A사무장님은 이렇게 기내 방송을 하셨습니다.
"새벽시간대에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많은데요. 일정 시간마다 지나갈 수 있는 비행기 수가 정해져 있어 하늘길이 혼잡한 상황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하늘 길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이륙하겠습니다."
'항공기 간격 분리'라는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승객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쉬운 난도로 풀어서 설명하셨습니다. 비행을 하다 보면 많은 승객분들이 지연에 예민하게 반응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이 날은 마법처럼, 단 한 분의 승객도 컴플레인하지 않으셨고 모두 너그러운 태도로 항공기의 이륙을 기다려주셨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승객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상황을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빠짐없이 공유합니다.
A사무장님이 다른 승무원과 달랐던 차별성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A사무장님의 브리핑시트에도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승객 정보를 적어두시며 그 옆에는 '꼬물이', '구름이' 등의 귀여운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는 항공권 예약 시 승객이 입력한 반려동물의 이름입니다. A사무장님은 이를 놓치지 않고, 직접 해당 승객을 응대할 때도 "강아지는 괜찮은가요?"가 아니라, "꼬물이는 괜찮은가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어린이 승객을 응대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승무원이 보호자 승객과 함께 있는 어린이를 언급할 때는 '어린이 손님' 혹은 '아이, 아기' 등의 호칭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A사무장님은 쭈뼛거리며 탑승하는 어린이 손님의 탑승권을 슬쩍 보시고는 "도현아~ 엄마 아빠랑 같이 들어가요~"와 같이 친근하게 탑승을 도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를 인식하고, 기억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게 특별한 존재를 인정해 주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 때,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A사무장님은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디테일하게 파악한 승무원이었기에 많은 승객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은 세심함이 모여 특별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A사무장님과의 비행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