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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르테 Oct 30. 2024

실패가 아닌 선택

선물을 찾아서


나는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까? 때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새롭게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라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득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이었는지 돌아보았다.


비교적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내게도 '실패'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특히 올해 초에는 그 감정이 유난히 나를 괴롭혔다.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은 그동안 내가 산 결과"라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그 말이 싫었다.


내 경력은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조직 생활에서 승진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처럼 두 번이나 직급이 강등된 사람은 드물다. 첫 번째는 전국적인 정책이라는 운명 앞에 어쩔 수 없었지만, 두 번째는 나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였다.


하는 일은 보람되었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내가 근무하던 지역은 유독 어려운 환경이었다. 업무는 달리할 수 없어 선택한 것이 환경의 변화였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우연히 다른 자치구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사 기록 카드를 준비해 그곳의 인사 팀장을 만나러 갔다.


"같은 지역인데 굳이 왜 근무지를 옮기려 하시나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요."


팀장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전입을 받기로 한 사람이 있다며 내 인사 기록 카드를 서랍에 넣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결원 보충이 있을 때 꼭 연락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날의 용기는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시간이 흘러 결국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한 직급 아래로 강등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왔다. 당시의 나는 그저 환경의 변화만을 바라보았을 뿐, 그 선택이 가져올 영향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한 가지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 선택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의 강등과 환경의 변화를 선택한 결과가 실패한 패잔병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택했고, 그 선택이 이끄는 대로 나아갔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지만, 매 순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그 결과가 어떻든, 그 순간이 주었던 특별한 의미를 기억하려 노력한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나는 그 선택들이 남긴 선물들을 찾아가는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이 여정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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