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상, 평가, 입시 설명회, 그리고 책
1. 4월이 되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같은 파트 후배가 두 명이나 팀장과 개인 면담을 했고, 다른 팀을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쉽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마감하는 프로젝트의 기한 때문에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잘 마무리해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남은 우리에게도 마감 시한에 맞게 마무리하는 것이 급한 일이 되었다.
2. 지난주에 팀장이 이번에 승진한 후배와 나를 비교하며 그는 카리스마 같은 리더십이 있고. 나는 엄마 같은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왜 전권을 줬는데 마음대로 그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느냐고.
단박에 반박하고 싶었는데 이것 또한 멈칫, 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픈 지점이다.
3. 6월에 오픈하는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조금도 쉴 틈이 없다. 제한된 시간과 인력 내에서 최대한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PM인 나의 과제. 팀장은 부지런히 눈에 걸리는 것들을 지적해서 건네준다. 수긍이 가는 것들이 많고, 우리가 초반부터 고민했다가 결론을 내지 멋한 채 두었던 것들도 대다수. 또다시 디자이너들과 기획자 모여서 회의 시작.
4. 점심 직전까지 회의하다 맞은 점심시간. 당일 예약밖에 안 받고, 오전 9시 땡 오픈런 해야 하는 회사 앞 작은 가게. 지난주에 9시 2분에 연락했다 마감이라 해서 허탈했는데, 오늘은 8시 59분부터 초까지 재서 09:00:00에 예약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ㅋㅋ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 후배 세 명과 같이 갔는데 사장님이 몇 번 예약 실패하셨다며 메뉴를 ‘특’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셨다! 직장인 최대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예쁜 산책길 산책하며 오후에 일할 에너지 충전
5. 고3 학부모 대상 수시 입시 전략 설명회가 5시 반부터 7시까지 열린다고 해서 갈까 말까 고민한다. 아이는 수시를 정말 놓았다고 갈 필요 없단다. 다른 학교 고3 선생님 하는 친구에게 톡으로 물어보니 그래도 가보면 도움이 될 거란다. 역시나 선생님의 말이 맞았다. 이래저래 현실 파악에도 도움이 되었다. 정시 합격자의 70%는 재수생이라는데 아들아, 괜찮겠니.
6. 오늘의 문장
서경식의 <나의 서양 미술 순례>를 (다시) 읽고 있다.
여행길에 무심코 들른 미술관이나 성당에서 갑자기 무엇에 얻어맞은 것처럼 발길이 얼어붙는 경우가 있다. 한 장의 그림, 한 덩어리 조각상이 시공을 초월해서 사람을 붙들고 놓아두지 않는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이 때(‘캄비세스 왕의 재판’ 그림을 보았을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돌이켜본대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시작이었다.
(p18)
가열한 사실정신은 이와 같은 마음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실마리를 화가에게 제공했음직하다. 과묵한 장인적 연찬과 수련만이 보편성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