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오픈런 실패. 쓰기 모임. 본질을 잊지 않기
1. 비가 오는 출근길.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해서 조금 더 서둘러 나와본다.
고3 아이는 봄마다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서 고생하고 있는데, 오늘은 조금 나으려나.
큰 애를 내려주고 출근하는데, 남편이 오늘 오전엔 시간 여유가 있는지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온다.
엊그제 다녀온 입시 설명회 자료를 공유해 줬더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왜 더 열심히 하지 않는지, 공부 얘기 조금 하려 하면 아이가 입을 닫으니 안 하게 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당사자에겐 못하고 나에게 보낸다.
나라고 왜 아쉬운 점이 없겠냐마는, 아마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남들의 기준에서 좋은 대학을 못 가더라도, 아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청년으로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가 더 힘껏 응원해 주자, 고 답을 보냈다.
엄지 척 이모티콘이 날아오고 대화 끝.
2. 수요일 모쓰 모임 (뭐든지 쓰는 모임)
내가 제안해서 만든 점심의 쓰기 동아리.
며칠 내리 점심 약속을 잡았다가 하루 쉬는 느낌이다.
이 시간엔 가볍게 샐러드 함께 먹고, 서로 노트북 가져와서 무엇이든 써보기로 했으므로.
나는 원래 이 시간에 한 달씩 회사 일에 대한 회고를 써보려고 했는데, 아직 루틴이 딱 잡히지는 않았다.
어제 도착한 심보선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들고 왔더니, 후배가 시인에 대해서도 묻고, 시는 어떻게 읽느냐고 묻는다. 책을 좋아하지만 시를 접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갑자기 신나서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과정과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니 추억이 방울방울.
2년 전에 위트 앤 시니컬 시집 전문 서점 가서 주인장인 유희경 시인에게 가서 사인(서명) 받은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문득, 나는 늘 이렇게 꺼낼 수 있는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3. 오후 2시 ‘장보기오픈런 by 배민‘ 마라톤 등록 실패
며칠 전, 배민이 주최하는 장보기오픈런 행사 홍보를 보고, 회사에서 마라톤 같이 했던 분들에게 보냈다. 장보기 오픈런이라니. 브랜딩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득템존에서 바구니에 원하는 것 담아 완주하면 그게 다 내 것이 되는 재밌는 기획.
몇 명이 같이 하자고 호응해 줘서 1시 55분경부터 대기했는데.. 2시 땡 치고 분명 들어갔는데..!!! 2시 2분에 결제창까지 갔는데 마감이 떴다.
주변 동료들도 모두 실패. 아.. 허무, 허탈.
2시에 오픈학고 2시 1분대에 마감되기, 있기 없기?
4. 유명한 사람을 아는 나 ㅋ
팀장님은 26명 있는 팀방에 종종 좋은 글과 영상을 공유한다. 오늘은 메타 상무님의 리더에 관한 영상을 공유했는데, 나에게는 대학선배 그 자체인 그녀, 다. 직속과 선배에 동아리 선배여서 대학시절 내내 함께했던 언니였고, 드라마틱하지만 실상은 그녀의 잠재력이 잘 발휘되는 곳들로 옮기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던 것. 지금의 타이틀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멋진 사람이고, 그렇게 계속 성장한 사람.
한 때는 언니의 승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처지를 비교하며 머리가 띵했는데, 지금은 그저 진심으로 인간으로서 그녀의 성취와 과정과 행보에 박수를 치게 된다.
언니와의 울고 웃었던 그 시절을 잠깐 떠올린 한 때!
5. 야근과 업무 회고
나뿐 아니라 우리 디자이너 개발자도 다 함께 야근이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해야 할 것들이 너무 쌓여간다.
어제 정리한 것도 오늘 누가 한마디하면 흔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위에서도 주변에서도 한 마디씩 하면 기준이 흔들리기 십상.
퇴근 무렵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개발 리더가 내 머리를 한 대 세게 친다.
“원래 그렇게 하려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왜 이걸 또 고민하는지 모르겠어요 “
그래, 우리가 하려던 플젝의 최우선 모토는 ‘모바일’ 위주의 개편이었다. 본질과 목적을 놓치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이제는 그만 추스르고 앞으로만 나아갈 때.
내가 역할을 안 하면 정말 산으로 간다. 명심 또 명심.
6. 차라리 중간고사 공부를 하면 어때?
정시를 택한 고3의 중간고사 D-1일.
집에서 제일 먼저 귀가하여 쉬고 계시다가, 침대에 누우신다. 한마디만 해도 되겠냐고 물으니, 눈치는 빠른 녀석, 하지 말란다.
정시러라고 중간은 공부 안 하고 수능공부도 안 하는 너. 누워있는데 옆에 가서 잠시 말 걸어본다. 본인 말로는 요즘 공부를 잘하고 있단다. 공부를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하지 말고, 티 내면서 하라고 이야기하고 얼른 나왔다. 오늘의 엄마로서의 역할도 여기서 끄읕.
좀 더 하게 해 주지. 아쉽단 말이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