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일기인지 퇴근일기인지, 회의와 회의 사이, 점심 번개
빡센 직장인으로서 글 쓰는 루틴 만들기가 어려워 일기 형식으로라도 짧게 남기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퇴근 일기가 되어가는 출근 일기.
1. 내 작업 결과물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다는 것.
큰 애 학교에 태워주고 출근하면 8시 40분경.
회사 유연근무제가 생겨서 9시 30분 출근으로 선택해 다니는데, 오늘처럼 8시 30분 회의가 잡히는 날이 있다. 10분 정도 양해를 구하고 회의실로 출근.
이미지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서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웹사이트는 이미지가 중요하니 어쩔 수 없다. 우리 회사 직원들과 도급업체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석에선 늘 디자이너나 개발자에게 전문직이어서 이직도 쉽고 연봉도 높다고 부럽다고 했지만, 자신의 창작물, 결과물에 공개적인 비판을 받는 이런 순간들을 겪어내야 하는 것은 괴롭겠다.
몇 차례 설전이 오갔고, 그래도 솔직하고 명쾌한 요구가 나와서 잘 마무리되었다.
후에 디자이너분이 본인이 더 잘했어야 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나도 몇 달 뒤, 오픈한 결과물에 대한 비판을 대표로 여기저기서 받게 될 것이다. 그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2. 점심 번개
옛 동료들이 오늘은 무두절이라고 점심 번개를 제안했다. 다들 다른 부서 팀장들이라 바쁘다가 부서장 출장으로 시간이 났단다. (평소엔 부서장과의 점심 당번도 있는 부서라 점심 잡기가 어렵다.)
점심 요가를 많이 빠져서 오늘은 가려고 했는데, 사람들 보고 싶은 마음에 또 요가를 빠지고 응한다.
참 열심히 일했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오래 쉬고 다시 돌아온 나의 뒤쳐짐을 간혹 안타까워해 준다. 그렇지만, 나는 그 휴식 기간 덕분에 다른 내공이 생겨서 멘털이 정말 강해졌다.
삶은 늘 잃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 살 만하다.
3. 해외에서 온 동료들
글로벌 회사는 우수 직원을 본사에 파견하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우리 회사는 한국이 본사라 외국 직원들이 한국으로 파견을 온다 ㅋ
우리 부서에 와 있는 직원들과 아침저녁으로 인사도 나누고, 종종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 참 즐겁다.
4. 10시 반 화상영어. 5년 차여도 할 말은 항상 많아
목요일 밤의 마지막 나의 할 일은 화상영어.
5년째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인 그녀와 25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참 영어는 유창하지 않아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다. 오늘은 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한국은 고등학교 1학년부터 학기 초 자기소개 양식에 희망 학교, 과를 쓴다고, 가능하면 비슷하게 일치시킨다고 말하니, 굉장히 신기해한다.
나 때도 있었는데 자녀들 세대에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그녀와 말하다 보니, 참으로 이상하다. 교육은, 진정 발전한 건가.
가쁜 하루가 지나간다.
심보선 시집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