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출근 일기

업체 막내의 퇴사 점심, 극도로 예민해진 회의

by 낯선여름

1. 업체 막내의 퇴사 점심

웹 쪽에 있다 보니 여럿 업체랑 일을 한다. 가장 큰 업체는 계열사인 H 회사이지만, 그 업체에서 또 도급 형태로 계약을 여러 개랑 한다는 것을 알았다. 회사와 상관없이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함께 점심 식사 하려고 한다. 고생한다고 사주는 의미도 있지만, 그냥 인간적으로 대화를 해보는 것 자체가 즐겁다.

여러 명과 두루 친하게 지내지만, 코로나 직후에 접근성 담당으로 입사한 20대 친구가 마음이 쓰였다.

회사 건물 리모델링 한다고 나가 있던 지난 1년은 회사마다 점심 계약도 달리 해서, 회사마다 점심을 먹는 모습이 제각각이었는데, 종종 혼자 먹는 그 친구를 발견했었다.

요즘 MZ들은 혼자 먹는 게 더 편하다고 하지만, 다들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그녀의 퇴사 소식을 접했다.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래저래 일이 많아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잡은 점심.

마지막 점심은 근사한 데서 사주고 싶어서, 근처 오마카세 점심 코스를 잡았다. 나도 덕분에 쫓기던 일상에서 벗어나 맛있는 점심으로 외식을 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의 다은 연령대의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다가 영역을 좀 넓혀서 이직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아직도 너무 젊고 창창하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찾아도 괜찮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가 나에게, 우리 회사에서 밥을 사 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위로와 응원을 주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다.


나는 그저 짧게 지나간 인연이겠지만, 좋은 어른 한 명쯤은 있었다고, 가끔 그렇게 맛있는 곳을 예약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오후의 한 배경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의 책을 선물로 건넸다. 요즘 들어 내가 한, 가장 잘한 일.


2. 극도로 예민해진 회의

그렇게 힐링을 하고 들어와 시작한 2시 회의.

하루가 아까운 나는 일정 체크를 하고, 오늘 해야 하는 일의 진도를 묻는다. 잠시지만 아무도 집중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약간의 쓴소리를 한다. 표정이 굳는다.

한참 뒤 퇴근 무렵, 나에게 쓴소리 들었던 후배가 오늘 종일 개인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서 본인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나무란 그 순간이 너무 억울하고 서운했다며 심경을 밝힌다.

소리를 친 것도 아니고 가볍게 한마디 한 것이 뭐가 그렇게 서운할까, 회사 생활 10년도 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나약하게 느껴진다. 남자 후배라 그냥 넘길 거라고 생각해서 지목했던 것은, 인정한다. 나도 꼰대는 꼰대인가 보다. 이내 사과를 가볍게 하고 공감을 해본다.

요즘 일보다 이런 감정 소모가 많다. 이걸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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