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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휴일 일기

옛 친구의 카톡

by 낯선여름

중1때 같은 반 단짝이었던 친구가 대뜸

아래 글과 시를 읽고 내 생각이 났다며 친구들 여섯 모여있는 카톡방에 글을 건넨다.


문학소녀였던 나.

아, 나의 청춘이여, 꿈이여.

마음이 약간은 슬프다가 위로가 되다가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내가 이제 미혹의 나이를 지나서렸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천천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6월의 마지막, 주말.

2024년도 반이나 지났다!



그런데 저는 유독 이 시에 오래 눈이 갑니다. 어린 아들의 하굣길 모습을 그린 시입니다. 가슴 저 아래에서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 느낌 참 오랜만입니다. 시가 마땅히 가져야 할 발견의 힘!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서진이의 하굣길 / 이소연


어디까지 왔어?

저요? 지금 나뭇잎까지 왔어요

나뭇잎은 너무 많잖아

아니요, 그런 나뭇잎 말고 제가 있는 나뭇잎이요

이제 어디까지 왔어?

벽돌까지 왔어요

벽돌은 너무 많잖아

아니요, 그런 벽돌 말고 중학생 닮은 벽돌이요

벽돌 어디가 중학생을 닮았을까?

이제 꽃 있는 데까지 왔어요

꽃이 피었구나?

네, 꽃이 피었어요

너무 많은 세상에서

단지 집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가 엘리베이터 앞이라고 할 때까지 묻는다


어디까지 왔어?


묻는 동안 아이는 떠나지 않는다


<콜리플라워>, 이소연,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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