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월 6일 휴일 일기

영하의 날씨 구독에 이르는 길, 낯선 사람의 호의

by 낯선여름

김영하 작가의 글을 초기부터 좋아했다.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의 말에도 호감이 생겼다.

호감이 가는 외모가 아닌데 오로지 생각과 언변으로 사람의 마음을 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생각과 감각이 돋보인다. 방송을 타거나 시류에 흔들리는 작가들은 잠시 반짝이는 스타거나 비슷비슷한 책 한 권으로 계속 우려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늘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매체들에 유연한 것도 그의 장점이다.


그런 작가가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와 그동안 너무 일만 하고 살았어ㅠ 내 주변엔 왜 이런 말 하는 사람 없었던 거야ㅠ

슬퍼하며 그의 인스타를 보는데, 추천인 아이디를 받아서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좌절했다. 왜 이런 추천시스템을 만들어서 또 이 문턱 앞에 좌절하게 만드냐. 받아보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구걸하듯 애원하고 싶지 않은데. 왜 작가는 이런 경쟁적인 시스템을 걸어 놓았는지. 작가답지 않잖아, 원망의 마음이 든다.


댓글을 보니 애원의 글들이 이미 너무 많다. 누가 저 있어요 댓글 달면 그 밑에 또 달리고, 금방 마감이라는 글이 달린다. 에잇, 치사하다.


포기하자, 그렇지만 짧은 답글을 남기고 싶다. 작가님이 보시려나. 본인의 레터를 못 받아 평범한 사람이 상심한 모습을, 이런 마음으로.



초대권 받고 싶은 마음은 다른 분 못지않은데, 이미 앞에 많은 분이 기다리시는군요.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보겠습니다. 언젠가 영하의 날씨에 인연이 닿기를. 무더운 날씨에 모두 건강하세요^^



2주 전인가 보내놓고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인스타 DM으로 주고받는다는데, 그건 어디에서 확인하는 거냐 대체 ㅎㅎ

겨우 찾았는데, 세상에…. 한참 전에 누군가가 초대권을 메시지로 보내주신 것이다. 전혀 모르는 분이! 누구를 특정해서 댓글 단 것도 아닌데, 다시 질문하지 않아도 되게, 아주 친절하게.

입꼬리는 올라가고 마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사람이 이렇게 가볍다. 치사하다 생각했던 마음은 이내 저 멀리 보내고, 바로 구독 신청을 눌려 완료!

그리곤, 초대권 보내주신 분께 DM으로 답장을 보낸다. 내 방식으로.


앗..! ㅇㅇ님 초대권 보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영하의 날씨의 존재를 늦게 알았는데 초대권의 문턱에서 서성이다 포기하고 있었어요. 막 달라고 하기도 뭐 하고 ㅎㅎ

보내주신 덕분에 다음호부터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베푸는 선의에 감사하며 저도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고 평온한 주말 보내세요^^



치열하게 영하의 날씨 구독에 성공한 어느 토요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7월 5일 출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