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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3시간전

[수능 D-45] 9월 마지막 날의 편지

9월의 마지막 날이야. 

가을이 제대로 왔는지도 모르게 10월이 된다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지네. 


엄마가 게으르면서 부지런하게 딱 주 1회만 하는 수영에 늘 오던 재수생 여학생도 9월부터 오지 않게 되었어. 수능 마친 날부터 봤으니 10개월을 엄마랑 한 클래스에서 같이 수영했는데. 

간간히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작년보다는 수능 성적이 많이 오른 것 같았는데, 부디 올 해 성적과 마음에 맞는 곳을 찾아 수험생활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래 봐. 


엄마 회사 선배 언니 중에도 이미 특례인가 본 딸은 둔 언니도 이미 발표가 났는지, ㅇㅇ대에 됐다고 연락을 전해오더라고. 유럽에서 3년 반 정도 공부하고 왔는데, 미국 학교로 지원도 하고 됐었는데, 한국 학교 가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지원했다고 해.  

먼저 안 물어봤는데, 대학교 이름까지 말하는 사람들은 자랑하고 싶은 분들이래도^^ 


하지만, 엄마는 너와 전혀 비교하지는 않았어. 마음 속 아주 조금도. (기승전, 내 자랑 ㅋㅋ)

너는 정말로 네 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 


엄마는 어렸을 때 집안 환경이 좋아서 유학 간 친구들을 마냥 부러워하던 시절이 있었어. 

부유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든 것을 갖추고 성품마저 좋아서 질투가 나기도 했었고, 

고등학교 때 공부도 별로고 야비하게 생각했던 친구가 일년 뒤에 엄마가 다니는 학교로 쉽게 편입하고 

외국계 회사로 수월하게 취업하는 모습 보는 것도 배 아프고. 

나는 늘 어렵게 얻는 것들을 저들은 어쩌면 저렇게 쉽게 얻는 것인지. 


세상은 대체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는 시점이 스무 살 언저리인 것 같아. 

심지어 시험 운 마저도 각자 다 다르고, 결과도 그렇고, 그 이후의 삶은 더욱 그래.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태도를 갖느냐, 반대의 태도를 갖느냐는

그 이후 더 긴긴 삶을 결정짓는 것 같아. 

꼭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내가 이끄는 내 삶이 의미가 있는 거거든. 

모든 것엔 양과 음이 있고, 남과 비교하는 것은 가장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은 진리야. 

비교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과한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은 실수로 이어지곤 해.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만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길. 

작은 오솔길이어도 그 길에서 기쁨과 슬픔과 좌절과 희망을 가득 채우며 앞으로 나아가길. 


엄마는 

너의 선택이 1%라도, 

그 1%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될 거야.  


그게 엄마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니까.


감상적인 9월 마지막 날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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