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낯선여름 Jul 16. 2023

[올드걸의 회사생활] 후배의 책을 돌려주며 쓰는 메일

이슬아 칼럼집을 읽고서

Y님,

이제야 책을 다 읽고 돌려줄 수 있게 되었어요.

날씨와 얼굴 같은 칼럼집은,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은 아닐 수 있어요.

이 책을 선뜻 빌려준 Y님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내가 15년 차이 후배에게 이런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도 ^^


저는 길게 회사를 다녔지만, 회사에 마음 붙이기가 어려워서 오랜 시간 방황을 했어요. 의미가 중요한 사람인데 일에 대한 의미, 사람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고, 그래서 계속 밖으로 밖으로 돌았죠.


이런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이슬아 작가의 거침없고 솔직한 행보가 참 멋져요.

이슬아를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슬아-라는 장르를 본인이 창조해 낸 아티스트로서 무한히 존경해요.  

 

이런 젊은 여성들이 성장하고, 큰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래는 캡처 했던 글들을 나눠봅니다.


1. 혼자가 아닌 우리  


해가 갈수록 절절히 알게 된다.

글쓰기가 얼마나 혼자의 일이 아닌지를 말이다.


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내 질문에 대답해 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 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싶다. (100p)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생이 스며드는지. (148p)


2. 선택의 무게 - 어떤 것을 하지 않을 것인가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굉장한 개인인지를 가르치곤 한다. 개인이 소비하지 않기로 한 선택들이 모여 기업과 정치와 과학을 들썩들썩 움직인다는 믿음을 학생들에게 쥐여준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는 자기기만이다.

전 지구인의 총동원이 필요한 이 시대에, 당신은 어떤 것을 그만두고 싶은지 궁금하다. 고기 먹기를 일단 멈춘 동지로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나에게 없는 지혜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19p)


3. 책임감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나로 인해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비건 지향 생활을 지속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세계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32p)


4. 자신을 지키는 글쓰기


아이들은 내가 쓴 문장을 받아 적었다. 나는 말했다. 더 많이 보는 사람의 황홀과 고통에 대해. 그리고 비밀을 가진 사람의 불안과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를 괴롭히는 동시에 구원하기도 할 다양한 비밀들에 대해.

부디 글쓰기라는 작업이, 그 비밀을 혼자 품느라 너무 크게 다치지 않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만을 전해야 한다면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말. 그러다 보면 더 많은 걸 수호할 수도 있게 된다는 말(189p)


5. 정치적인 글을 쓰는 이유   


마음에 걸리는 얼굴들 때문에, 이 책은 쓰였다.

분명 어떤 얼굴들은 충분히 말해지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말하려면 특정 방향으로 힘이 기우는 세계를 탐구해야 한다. 그게 내가 배운 저항의 방식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 누락된 목소리를 정확하게 옮겨 적는 것. (프롤로그)


새해에는 글쓰기로 더 많은 얼굴을 비추고 싶다. 깊은 밤 초롱불 같은 원고가 되게끔 문장을 데운다.

내가 계속한다는 게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그들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쓸 용기를 낸다.

어째서 자꾸 정치적인 글을 쓰느냐고 묻는 독자님도 계시지만 오히려 나는 언제나 이것이 아쉽다. 내 글이 충분히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

더욱 정치적이기 위해 더욱 구체적으로 첨예해지려 한다.

생을 더 자세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189p)


나는 무엇에 더 첨예해질 것인가, 되돌아봅니다.

좋은 책 빌려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2023년 7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