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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May 22. 2023

[올드걸의 회사생활] 10년 뒤 제 모습이 선배였으면

후배에게 들은 최고의 칭찬 

요즘 친구들은 MBTI를 물으며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뭔가 혈액형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아 보이기도 하고 ㅎㅎ

MBTI로 사람을 평가하고, 때로 자기 합리화하는 것이 때로는 낯설기도 하지만, 

어린 친구들 가득한 우리 팀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일상적이다.  

그 덕에 나도 두어 번 인터넷 무료 검사를 해봤는데, 모두 ENFP가 나오는 거다. 

어린 직원 뭔가 내 나이에 ENFP라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일부러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모두가 다 알아버렸다. 

@enfp_king 얼렁뚱땅 빙글빙글 ENFP의 하루

그리고, 희한하게도 같은 같은 MBTI 후배들은 엄청 나를 칭찬해 준다. 

자꾸 인사하러 오고 ㅎㅎ 좋은 일 있으면 ENFP라서 그렇다고 칭찬하고.  


지난주에 그 ENFP 후배 두 명에게 비슷한 칭찬을 들었다. 


한 친구는 내 옆자리 후배. 요즘 나와 함께 밤낮으로 일하는 친구인데, 

둘째가 7개월인 아가 엄마인데 제대로 자기 일을 만났고, 

나랑 쿵짝이 잘 맞아서 일을 퍽, 퍽, 퍽 하고 있다?! 


늘 마음으로 고맙게 생각하지만, 대놓고 마구 칭찬은 못하고 있는데, 

메신저로 슬쩍 이야기하다가 대뜸 이 친구가 이러는 거다. 


" ENFP는 참 좋은 성격 같아요. 

선배도 ENFP고 나도 ENFP인데

만약에 내가 10년 후쯤에 선배처럼 되어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ENFP라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의 10년 뒤 모습이라니, 마음이 너무 벅차오르고, 

그 어떤 칭찬보다 힘이 된다. (이래서 ENFP? ㅎㅎ) 


그렇게 뿜뿜이 된 나는, 다른 팀 후배들과 최근 만든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거기에도 또 ENFP 막내가 있는 거다. 퇴근하고는 풋살도 하고, 요가 지도자 자격증도 있고, 데이터 분석 공부도, 책도 열심히 보는 열혈 젊은 여성! 그 친구가 또 고백한다. 

"선배, 선배를 보니 내 10년 후가 기대돼요! " 


열정 가득하고, 늘 새로운 것에 반짝하지만, 

치밀하게 분석하고, 정리해서 표로 만들고, 착착 진두지휘하는 것엔 약해서 

이 나이 되어서 이래도 되나, 가끔 스스로를 자책했는데. 


내가 누군가의 멘토이고, 누군가의 기대되는 모습이라니. 

내 모습, 내 삶, 참 괜찮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무리하는 올드걸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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