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좋은 점
6월 들어 회사 동료 가족의 부고를 접하고 장례식장을 세 번 참석했다.
평균을 내 보진 않았는데 한 달에 두 번은 가게 되는 것 같다. 큰 회사에서 오래 다니다 보면 이래저래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업체 분들까지 인연이 얽히고설킨다.
어렸을 때는 장례식장 가는 것도 참 부담이 되고, 행여 동행들과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 갈 수 없어 조의금만 가는 사람 편에 전달했다.
동행이 있더라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가면 절을 해야 하는지, 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별 걱정이 다 들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내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조문 갈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적극적이 되고, 가서도 한참을 앉아 있고, 나오는 길에 참 잘 왔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대로 가면 되는 것이지만, 이런 저런 일 다 겪은 후에야 비로소 장례식을 가는 나만의 방식을 굳이 정리해 보면,
1. 조문 대상 : 부모상은 무조건 간다.
조부모, 시부모, 장인장모상은 가야 할 자리 가려본다.
내가 가는 게 도움이 되면, 재지 않고, 기꺼이, 간다!
2. 동행 : 가능하면 같이 갈 동료와 시간 맞춰본다. 예전엔 이것도 번거로워했는데, 이제는 적극 내가 언제 갈 것임을 밝힌다. 동행과 맞추기 어려우면 혼자라도 간다.
3. 머무는 시간 : 식사를 하든 안하든 1시간가량 앉아 있으며 고인과 상주를 생각해 본다. 상주가 자리에 와서 이야기 나누면 먹고 힘내라고 권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그들은…. 외롭다. 나의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다)
이번 달 첫 조문으로는 6월 연휴에 회사 선배의 부친상이 있었다. 친한 사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사이고, 같은 부서 분이 아니라 함께 갈 동행 찾기가 어려워, 결국 혼자 가게 되었는데…
내가 간 시간은 선배 손님이 나 밖에 없었다. 연휴라 다른 분들이 전 날 많이 오셔서 그랬을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선배와 선배 부모님의 그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나.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달엔 한 선배의 장모상인가 였는데, 다른 선배 한 명에게 친한 동료들 조금 와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에둘러했다는 걸 전해 들었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더 묻지 않고, 몇몇 동료들과 가서 몇 시간 있다 왔다. 이럴 때는 곁에 있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법.
장례식장 함께 간 회사 동기에게 (그 날도 세 시간 있었나?) 이런 내 이야기를 하니,
“야, 너, 그거 나이 들어서 그런 거야” 그런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장례식 역시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
나이 들어서 뭐가 좋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걸 이야기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