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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 회사생활] 시스터후드 (2)

6단계 원칙 (좁은 세상 법칙, small world effect)

by 낯선여름

직부 전환 시험 면접을 보고 온 후배가 연일 기분이 좋다. 같은 조 사람들이 너무 잘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데, 내 생각엔 후배도 꽤 잘하고 나온 것 같다.

후배가 면접장에서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난 언니 얘기를 이어한다


그 언니가 면접장에서 나와 헤어진 후, 사내 메신저로 면접장에서 못한 인사를 이어 했다면서, 나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보내준다.



Y야 반가웠어. 진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구나.

네가 될 거라 믿어! 진짜 잘 해서 멋졌어!

아까 네가 활약한 모습, 지원 동기를 들으며, 정말 이 사람은 해줘야 한다고 느꼈어. 멋있었어. 진짜야!

응원해줘서 고마워. 넌 더 잘될 수 있고, 잘할거야!


후배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도 내 덕분이라고 하는데, 문득 이 선배가 내가 아는 사람일까 싶어, 누구냐고 물으니 L과장이란다. 어? 아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작년에 상대 부서로 협업하며 함께 몇 차례 회의도 하고 메신저로 문의, 응대가 많았던 분이다.


원래 L과장은 자신이 속한 T/F(타스크포스)의 업무 범위 외에도 우리 팀에 문의가 생기면 종종 연락을 했다. 현장(콜센터)에서 고객들이 많이 문의하는 기능이 홈페이지에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부분 개선 요청은 여러 번 했는데,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팀의 반응이 더뎌서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적용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메일함에서 L과장을 찾으니, 우리 꽤 덕담을 주고받은 훈훈한 내용이 있었다.



1. (나) 해당 기능 적용한 후 관련부서에 보낸 메일


안녕하십니까

ㅇㅇㅇㅇㅇ 메뉴 표출 개선 관련, 한국어/영어 적용하여, 진행상황 공유드리오니, 업무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약센터 L 과장님께서 task 당시, 고객들이 찾기 어렵다고 건의/요청하여 검토 시작했던 건인데, 조금 늦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하 관련 내용)


2. (L과장)

안녕하십니까.

메뉴에서 확인하였습니다.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3. (나)

과장님~

너무 늦게 적용한 것이 죄송하여서

굳이 저렇게 메일에 이름을 기재하였음을... 이해해주세요.^^


T/F는 이제 해산하고 돌아가신 거예요?


또 이후에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편히 연락 주세요.

작년보다는 좀 더 여유 있게.. 과장님 것은 늘 우선순위 두고 할게요 ^^


올드걸 드림


4. (L과장)

아이고. 감사합니다. 차장님

보내주신 이전 메일 보니까 고객 불만이 접수되었던 것 같은데, 이미 개선 진행 중이었음을 말씀해주신 부분이 멋지다고 생각 들었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 본받고 싶네요.

빨리 적용시켜주셔서 감사해요.


L 드림


Y에게 메일 공유하면서 ‘L과장과 나는, 나름 서로 응원하는 사이였네?’ 흐뭇했다. 여섯 번 거치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더니, 이런 인연도 신기하고 감사하고.


Y는 L과장이 면접 때 이 얘기를 한 것 같다고, T/F 하며 개선 의견 냈는데 실제로 반영되는 과정을 보면서, 전화상담만 받는 직부보다, 좀 더 여러 부서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한다. 조에 들어간 사람 다 잘했지만 특히나 감명 받았는데, 이런 언니가 칭찬하고 격려해주니 약간 부끄럽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나도 후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너는 이미 자격은 차고 넘쳐. 되면 축하 난 하나 보낼 거야 ^^ 하지만 혹시 안되더라도 너는 이미 그런 사람이니, 지금의 마음 잊지 말길!

나 이제 퇴근 준비한다. 우리 서로 바빠도 점심시간에라도 종종 보자. 사랑해. 바이“


L과장도, 또 모르는 어떤 사람도, 나름의 고민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한계를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느낌은 내부에서 차올라야 진짜다!


이런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오던, 올드걸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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