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지치기 쉬울 때
우리 팀에서 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기획/디자인/개발 파트가 모두 각자 엄청난 에너지로 일을 하고 있다.
회의는 끝이 없고, 간혹 답이 나오지 않는 두어 사람들의 공방을 들어야 한다.
그 중간 즈음에서 PM을 맡고 있는 나는 종종 갈 길을 잃는다.
가끔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가끔은 내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가끔 정리할 수 없는 내 상황에 혼란스러운데, 그걸 티 내고 싶지는 않다.
중간 역할을 하느라 각각의 멤버들을 만나면, 회의실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서로 다 이해할 만한 상황이다. 편의점에 가서 둘이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그 다음에 조금 더 누그러진 메시지가 나온다. "저희 파트만 생각하지 않고, 더 협조할게요" 다들 막막한 지점이 있었고,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모두 잘하고 싶다는, 전체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었다.
한 번에 회의를 하는 것도 힘들기도 하고, 각각의 파트를 만나다 보면 오해도 생길 수 있고 시간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가 커서 최소화하려고 했는데, 이런 진심 어린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역시 프로젝트와 일은 사람이 끌고 가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리더들은 대개 효율에 익숙해 있어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고, 시간 대비 효과가 분명한 일에 집중하기 원한다. 그런데 구성원들과의 관계 빌딩은 밑 빠진 독 같은 느낌이 든다. 이에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미팅하고 식사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시간에 일 자체에 전념하면 훨씬 성과가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열심히 커뮤니케이션해도 가끔씩 오해와 비난, 나쁜 평이 들릴 때면 허탈해진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인간은 로봇도 AI도 아니다. 작은 감정에도 쉽게 흔들린다. 소소한 마음의 걸림과 불신으로도 동업자 간 의지가 상하고 죽기 살기로 좋아했던 애인이 헤어지며 조직과 사회를 배신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그러므로 인간과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활동이 필수적이다.
(신수정, 일의 격)
그런 고민을 할 때 이 글을 보게 되었다. 페이스북 구루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하시다는데 올 해야 알게 되었다. 직접 그 생활을 해봤던 선배로서의 연륜이 느껴진다. 뻔한 격려와 화이팅만 외쳐대는 자기 계발서와는 확실히 다르다.
시간의 효율을 높여라.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라가 아니라,
때로 비효율적인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조언은,
장자의 '쓸모없음의 쓸모'를 떠올리게 한다.
빨리 뛰어가고 싶을 때,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같이 가야 오래가고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목표는 빨리 가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