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아침이면 멀리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신월해안도로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나다닌다. 그럴 때마다 가막만을 보며 하루의 날씨를 가늠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신월해안도로를 지나다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여수반도와 백야도로 둘러싸인 가막만이 눈에 들어온다. 산이 많은 여수에서 보기 드물게 길게 뻗은 신월해안도로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해안을 따라 걷고 있다. 사람들의 실루엣 너머 가막만에는 백파가 일었다 금방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막만에 백파가 인다는 건 바람이 솔찬히 분다는 이야기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아직 예열되지 않은 차 안에는 계절 탓인지 냉기가 목구멍을 지나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속이 얼얼하게 한다.
여수반도의 남쪽, 동쪽으로는 돌산, 서쪽으로는 화양면, 남쪽으로는 화정면으로 둘러싸인 가막만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장판을 깔아 놓은 듯 잔잔해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산에서도 화양면에서도 화정면에서도 신월동에서도 어디에서건 가막섬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살지 않고 크지 않은 가막섬은 오래전 숲이 우거져 까마귀처럼 검게 보인다고 해서 '까막섬'이라 이름 붙여졌고 한자로 까마귀 오(烏) 자를 써서 '오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막만이라 이름 붙여진 까닭은 가막섬(까막섬, 꺼먹섬)이 있는 만(灣)이기 때문이다.
여수 바닷사람들에게 가막만이 어떤 바다냐고 물으면
"여수 사람들은 전부 가막만 땜시 먹고살았어!"
"태풍이 와도 가막만은 크게 거시기한 것이 없어 갖고 항상 안심이 된당께"
"글고 사시사철 때가 되믄 감생이, 깔따구, 숭어, 깍새기, 문어, 낙지, 쭈꾸미, 볼락, 쏨뱅이, 도다리, 광어, 장어부터 없는 것이 없당께, 거기다가 가막만에 캔 굴이랑 홍합, 피조개는 또 얼마나 맛있는디!"
"하여튼 뭣을 많이도 준당께"
"긍께 가막만이 여수사람들 한티는 고맙지"
"저런 바다는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당께"
이렇듯 여수 사람들에게 가막만, 아니 바다는 축복이다. 그 어떤 태풍에도 몸을 뒤집지 않았다. 그래서 여수 사람들은 태풍이 와도 바다를 늘 그렇듯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다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들어 가막만 일몰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가막만 주변으로 호텔, 펜션, 리조트 그리고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이제 가막만은 더 이상 바닷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다 화정면 섬들을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이면 가막만은 지금보다 더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존을 생각해 볼 때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