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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와 첫 댓글의 중요성

by 페로 제도 연구소

첫 댓글의 중요성이란, 게시물에 가장 처음 달린 댓글(의견)의 내용이나 방향에 따라 전체의 여론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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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9725bf9960e1da2abed18cef42a3b9b78322fd 출처: 구글 검색
1951년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사람들의 사회적 동조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직선 몇 개를 보여주고 길이가 같은 것을 찾도록 했다. 혼자서 답할 때 정답률은 99%였다. 하지만 집단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린 답을 고르고 난 다음에는 63%까지 떨어졌다.

'21. 2. 22에 기고된 [이승우의 IT인사이드] '첫댓'과 '실급검' 사이(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022215061)라는 글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얼마 전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갔는데, 어쩌면 이 현상과 연결고리가 있을지 모르는 흥미로운 걸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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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아침 9시에 구청 문을 열고 민원실로 향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왔고, 담당자분은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의자를 하나 더 끌고 와 아내 옆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이런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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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대리석 사이 나무로 된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여러 커플이 지나간 사랑의 흔적이 가득했다. '어 이거 재물 손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그러면서도 '이거 혼인신고하는 곳이라 그런지 꽤 잘 어울리는데?'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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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일 처음 이걸 쓰기 시작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분명 누군가 첫 흔적을 남겼을 것이고, 그다음 사람, 다다음 사람, 다다다음 사람... 우연히 그걸 본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더해지다 보니 구청에 일종의 '사랑의 벽'이 만들어진 거겠지. 이게 첫 댓글의 힘이구나.


그러면서도 '담당자분은 자신의 바로 앞이지만 앉아서는 절대 보이지 않을 곳에 저런 게 있는지 알고 계실까?'라는 궁금증이 떠오른다. 교보문고 문구 코너에 가면 펜을 써볼 수 있게 종이를 놔둔 것처럼 '아예 이런 공간에 낙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소소한 재미를 주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론 관리가 쉽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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