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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Nov 13. 2019

잘들 지내시지요?


미국에 온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도미를 결정했을 때는 거창한 인생의 목표를 가졌던 것도 아니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지금 일에 있어서 기대한 만큼 *행복*한가 자문하게 됩니다.


일 외적인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자유롭고, 내 경력을 제어하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 무엇보다도 나 같은 아싸 성향의 엔지니어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환경이 가장 좋습니다. 개개인의 '다름'과 '다양성'이 인정되는 이곳의 문화가 내게 주는 만족감이 행복이라면 행복일겁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오후 다섯 시 반, 사내식당에서 테이크 아웃해온 저녁을 먹으며 함께 두런두런 떨던 그 수다가. 조직개편 루머에 전전긍긍하고, 보너스 비율에 일희일비하며, 상사들에 대한 뒷담화를 깨알같이 쏟아내던 동료들과의 그 시간이. 앞이 안 보이는 불안한 미래였지만 모두가 피차 같은 처지였기에, 숨김없이 속내를 털어내던 그 저녁시간이 말입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봅니다. 회식, 소속감, 딱딱한 조직문화를 싫어하던, 자유를 갈망하던 영혼이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갈망하던 것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쌓아왔던 끈적끈적한 동질감과 공감이었습니다. 그것은 Nice함과 Cool함으로는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감정입니다. 오늘 밤은 으르렁대다 정들었던 옛 전우들이 더 생각나는군요.


잘들 지내시지요? 저는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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