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어틴 Oct 24. 2018

공항 가는 길

프로공항行러가 알려주는 인천공항 활용법   

오늘의 주파수: 여행자의 시선으로 공항을 바라보기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론 춥지만, 낮에는 선선해 회사에 있는 게 억울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맞춰 10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여행 주간이기도 하다.


다들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여행과 경험에 관한 콘텐츠를 쓰는 브런치라(!) 여행 주간을 맞이하여 주말용 국내 여행지를 묶어 소개해볼까 싶었다. 담양도 있고 속초도 있고 춘천도 있고- 흔하지 않은, 재미난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교통도 편하고 차 놓쳐도 교통편이 많아서 걱정 없는, 그러면서 여행 가는 기분이 충만해지는 곳. 바로 인천공항이다.


"공항 뭐 볼꺼있나요?"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닌데 거기 가서 뭐하나요?" 할 수도 있겠지만, 스크롤 내리다 보면 꽤 괜찮다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날씨 좋아서 어디 멀리 훌쩍 떠나고 싶은데 차 밀리는 거, 교통 불편한 거 싫고, 편의시설이 다양하고 깔끔했으면 좋겠고 1박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면 인천공항으로 향해보자. 멀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꼭 가야 하는 일반적인 장소인 공항이지만, 여행자의 시선으로 인천공항을 마주하면 특별해진다. 뭐하고 놀지는 1년에 공항 4~5번은 놀러 가는 프로공항행(行)러가 알려드리리.

가을 쯤 시작한 드라마라 이때쯤되면 생각나는 드라마<공항 가는 길>. 그렇다. 사실 요즘 계속 이 드라마 생각나서 쓰는 글. 공항가도 도우씨는 없겠지만..
공항까지 가는 시간을 알뜰하게 써보자

내가 집에서 지하철→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웬만하면 자리에 앉아서 가는 루트이므로, 나는 공항 가는 길을 나만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론 밀렸던 책을 읽기엔 최적의 시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책을 보면 보다가 자고 있기 때문에 활자가 엄청 당기는 날엔 책 한 권과 아이패드 정도 챙겨서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책에 푹 빠져서 가다 보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책 속의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기분도 든다. 닌텐도 게임에 빠져있을 땐 닌텐도 스위치 들고 게임 몇 판 깨면서 간 적도 있고, 못 봤던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아이패드에 담아서 가는 내내 본 적도 있다. 한마디로 집에서 뒹굴거리며 할 것들을 어디론가 이동하며 하는 것이다.


가끔은 '그냥 집에서 놀 걸 그랬나?'싶은 생각도 들지만 또 집에서 놀다 보면 '이럴 바엔 가는 길에 이걸 할 걸. 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 이번 콘텐츠의 핵심은 이것이다. "시간이 아깝다!" 인천공항을 놀러 간다는 것은 멀리 이동하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1석 2조의 여행이다.


책에 빠져있다보면 어느새 영종도를 지나고 있다. 내 시간을 보내며 멀리 왔음을 알았을 때, 꽤 시간을 알차게 쓴 기분이 든다.(뿌_듯)


우선, 공항 한 바퀴를 크게 돌아보자

그래도 우리는 공항에서 그 누구보다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일을 하러 온 것도 아니고, 떠나기 위해 온 것도 아닌, 공항 자체를 즐기러 온 사람! 여유롭게 공항 내부를 즐겨보자. 사실 여행 갈 땐 공항은 그저 체크인하고 짐 맡기고 들어가기 바쁘지 않던가. 여행 갈 때 공항에 여유롭게 가면 좋겠지만 촉박하게 가거나 사람이 많아서 줄만 서다 겨우 들어갈 때도 많았었다. 내 지인은 명절 시즌에 인터넷 환전을 공항에서 수령하는 걸로 해놨지만, 체크인에 탑승수속 줄이 너무 길어서 환전한 걸 찾지도 못하고 비행기를 타러 갔던 적도 있다고 한다.


공항으로 여행을 갔다면  체크인 카운터를 가운데 끼고 한 바퀴 크게 돌아보도록 하자. 2 공항은 작은 편이지만, 1 공항은 커서 시간도 꽤 걸리고 다리도 아프다. 이것저것 구경하니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걷는 운동이 되는 셈이니, 요즘 운동이 부족했다 싶으면 꼭 한 바퀴라도 돌아보자. 은행별 인터넷 환전 수령처도 자세히 알아두기 좋고, 여행 갈 때 바빠서 제대로 보지 못한 여러 공항의 시설 위치를 파악하기도 좋다. 슬프게도(?) 우리는 비행기 출발시간에 쫓길 일이 없지 않던가. 그렇게 돌다 보면 낯선 외국 항공사, 다양한 인종과 그들의 언어를 듣다 보면 공항은 현대시대의 국경이란 말이 실감 나기도 한다.

공항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임을 만끽해보자.(사진은 인천2공항)


여행心 키우기 좋은 곳

이륙 전, 여러 사람의 수고를 거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공항까지 와서 이러고 가기엔 아쉽다. 여권을 들고 탑승수속을 밟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하기 딱 좋은 것! 바로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이다.


(좋아하는) DJ 배철수 아저씨가 라디오에서 그런 말을 하셨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맥락은 이랬다. 여행은 나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는 것이다. 나중이 되면 시간이 흘러서 몸이 안 따라줄 수도 있다. 돈은 벌면 되는 거다.라고. 가수 양희은 님도 이런 말을 하셨다. 돈은 나를 위해 쓸 때 제대로 돈 쓰는 거라고. 두 분의 말씀을 받잡고(?) 나는 되도록 기회 될 때마다 1순위로 여행을 갈 생각을 먼저 하고 돈을 쓰려고 한다. 번 돈을 나를 위해 써얀다면, 나는 그게 여행에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틈틈이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하고 알아보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여행지를 검색하고 자세히 알아보는 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꽤 도움이 되는데, 그걸 공항에서 하고 있으면 구체적으로 예산이나 일정을 생각하며 계획을 짜 본다. 원래 소풍도 준비하는 전날이 신나듯, 여행도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신나는 거니까.

작년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여행은 공항에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진은 인천1공항의 카페엣웍스.

1 공항의 경우엔 4층에 있는 카페 엣 웍스(cafe@works)에서 여행 공부를 하기 좋다. 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언어, 정보 등을 습득하는 그런 여행 공부 말이다.  2 공항의 경우엔 출발동 중앙에 파리바게트와 카페 엣 웍스가 나란히 있어서 그곳을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론 1 공항의 장소를 더 선호한다. 자리도 넉넉하고 3층 출발동을 내려다볼 수 있어 여행 가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 여행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예습을 하기 좋은 장소다.


공항은 무엇보다 출발하고 도착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갈까 말까 하는 마음을 다잡고 여행心을 키우기도 좋다. 1 공항은 4층에서, 2 공항은 전망대 쪽 에스칼레이터를 타면 활주로를 드나드는 비행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어디론가 떠나거나 먼 곳에서 오는 비행기들을 보며 당신의 다음 여행을 꿈꿔보시길.


떠나는 비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로 가는걸까? 하며 내가 가고싶은 여행지로 가는 것이라 상상해본다.
맛집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공항

앞서 말했듯, 공항 현대의 국경과 같은 곳이라 공항 내부 곳곳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인천공항에서는 면세점 구역 외에도 일반지역에서 클래식 작은 음악회, 밀레니엄홀 문화공연 등 공연과 천장이나 벽 곳곳에 다양한 예술품과 전시를 하며 곳곳에 한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식부터 분식, 또 여러 외국 음식 등 글로벌한 종류의 식당이 있다. 우리도 외국 나가면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쉽고 꼭 접하게 되는 게 음식 문화이다. (안 먹고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깔끔하게 나오면서도 자극적인 맛도 아니고, 대부분 음식이 정갈함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웬만한 식당들이 다 맛있다!

인천2공항엔 쉑쉑버거도 있다. 공항에서 먹으면 정말 외_쿡에서 먹는 기분!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인천 1 공항 4층에 베니건스가 있을 때, 다른 지점보다 이곳의 케이준 치킨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치킨을 잘 튀겨내서 집 근처에 베니건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까지 와서 치킨 샐러드를 먹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인천공항 베니건스가 없어졌을 때 무척 서운해했었다. 그렇다고 낙심하지 말라! 그 자리에 들어온 한식당 '명가의 뜰'도 제법 맛있는 식당이다. 특히 자취하는 친구가 잘 차려진 한식을 먹고 싶을 때 가자고 연락 오기도 하는 이 식당은 나 역시 인천 1 공항 갈 때 방문하는 곳이다. 인천 2 공항의 경우 출국층 쪽의 식당은 한식당 한 곳과 양식당 한 곳이 있다. 개인적으론 철도가 출발하는 지하 1층의 푸드코트를 추천한다.

인천1공항 4층, 활주로 전망을 갖추고 있는 한식당<명가의 뜰> 낙지요리 맛있다.
비행을 준비하는 항공기를 보며 밥먹기!
때로는 함께 해도 좋은 공항 여행

친구와 같은 패턴으로 놀았다면 공항에서 만나서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라면 추억을 이야기하기 좋고, 여행을 가보고 싶은 친구라면 자연스럽게 여행 얘길 꺼내며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탐색해보기도 좋다. 공항이란 공간은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는 곳이므로 서로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면 이만한 공간도 없다.


나는 가끔 멀리사는 친구와 인천공항에서 보기도 한다. 내가 그 동네를 가거나 친구가 우리 동네에 오거나 하기에도 서로 멀어서 만나는 장소가 한정적이었다. 서로 새로운 공간을 찾다가 생각한 곳이 인천공항이 되었다. 둘 다 여행 가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교통편은 상대적으로 편리한 편이다 보니 친구도 나도 부담스러운 만남이 아니게 되었다. 반대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도 늘 만나는 동네의 공간을 벗어나 여행 가는 기분으로 종종 인천공항을 향하기도 한다. 어차피 만나서 이야기 나눌 거, 멀리 이동하며 이야기 나누고 색다른 곳에서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다. 가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하는 것은 늘 같은 패턴이지만, 여행을 좋아하기때문에 공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맥주한잔도하고 커피한잔도 하며 친구와 놀기도 좋은 인천공항 여행

약속 장소가 인천공항이 되는 스케일 큰 만남이 되겠지만, 서로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서로 불호 없는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인천 1, 2 공항엔 워커힐에서 운영하는 캡슐호텔 <다락휴>도 있으니, 밤새 친구와 수다 떨고 싶을 땐 다락 휴에서 1박을 묵어도 나쁘지 않다.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몸이 근질근질 떠나고 싶은데, 그렇다고 나가서 돌아다니며 고생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어디 괜찮은 데 가서 책도 보고 밀린 어떤 계획들을 짜고 싶거나... 이런 생각이 계속 돌고 있을 때, 결국 답은 "행동하라"가 아닌가 싶다. 행동하고 후회하면 어쩌냐고? 행동 안 하고 고민만 하다가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는 게 내 의견이다.


알고 보면 공항에서 하는 것들은 특별한 것도 없다. 밥을 먹거나 사람 구경을 하거나 여행 계획을 짜거나 하는 것은 집 근처 카페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공항이란 장소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늘 하던 일을 하면 오히려 추진력도 좋고 집중력도 좋아 미루던 일들도 잘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가끔 별다방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 오지 않던가. 가끔은 당신의 주파수를 일반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 맞춰보자. 같은 행동이라도 평소와는 다른 혹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전 09화 제주도 구석구석 버스 여행 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