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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Oct 10. 2018

제주도 구석구석 버스 여행 팁

길을 찾고 걷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  

오늘의 주파수: 직접 길을 찾는 경험이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 


올해 나 혼자 세운 목표가 하나 있었다. 1, 2월 연속으로 제주도를 다녀오고 나니 3월의 제주가, 4월의 제주가, 매달의 제주가 궁금해졌다. '매달 제주 여행을 해볼까?' 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보단 지키기 힘들었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는 게 무섭지 않았는가)


그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가을의 제주를 본 적은 없어서 10월의 어느 주말에 숙소를 잡아두고 항공권을 보는데, 가는 표는 있어도 일요일에 돌아오는 표가, 아직 몇 주나 남아있는데도 없어서 놀랬다. 물론 갈 때마다 제주도는 주말이면 표구하긴 힘들었지만 이번처럼 아예 없는 건 처음 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는 보통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다는 인식이 잡혀있다. 나도 그런 생각에 쉽게 제주를 찾지 못했었다. 그러다 올해 초, 동백꽃이 보고 싶어서 제주를 찾아 버스로 여행한 게 제주 버스 여행의 시작이었다. 5월에 플레이스 캠프에서 1주일 살기를 하며 버스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북쪽으로 남쪽으로 한라산 밑에 까지-많이 돌아다녔다. 버스로 여행한다 하니, 플레이스의 매거진 <ㅋ>에서도 버스 타고 다닌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었다. 

간단히 설명한 버스여행 꿀팁(?) 길게 풀어서 쓴게 오늘의 콘텐츠

제주 여행을 준비하며 갈만한 곳을 찾다 보면 잘 알려진 유명한 곳보다 내 취향에 맞는 곳들이 더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꼭) 그런 곳들은 정말 차 없으면 가기 힘들 것 같은 곳에 있다. 그래도 좌절하면 안 된다.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좌절하면 모험의 마음가짐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대중교통으로 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공유하는 제주를 버스로 구석구석 여행하는 팁. 순서대로 따라하고 익히다 보면 차가 없어도 제주 어디든 갈 수 있다.(찡긋)


지도는 다음 맵!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다음 맵이다. 경험상 네이버 맵은 제주도에선 생각보다 부정확한 정보가 많았다. 지난 1월, 네이버 지도를 보고 동백나무 군락 보고 찾아갔다가 동네 한가운데에 도착해서 당황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사진으로 봤던 큰 동백나무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서성거리고 어딘지 방황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다음 지도를 켰더니 그곳에서도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동백나무 군락이 있었다. 

가파도-마라도 갈 당시 2번 갈아탈 때 준비하던 사진. 배시간과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지도에서 추천하지 않던 성산>서귀포>모슬포의 루트를 찾았다. 실패없이 버스로 성공!

나중에 검색하며 본 말 중에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다음 본사가 제주에 있어서 제주도 지도도 정확하고 버스 정보도 정확하며 카카오 택시도 잘 된다는 말이었다. 그 후에 제주를 갈 땐 꼭 다음 지도로만 썼다. 버스 도착 정보도, 위치 정보도, 길 찾기도 정확했다. 그 후로 아예 지도는 다음 지도를 쓰는데 내륙에서도 더 정확한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할 땐 1분 1초가 중요하고 정확한 위치 또한 중요하다. 이 정보가 틀어지면 여행 전체가 틀어지게 되니까. 하루에 두세 군데를 갈 계획이라면 정확한 지도 앱을 이용하자. 


지도를 보며 제주의 지역명을 잘 알아두자

내가 처음 버스를 타고 국내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이었다. 서울에서만 살았던 내게 꽤 힘든 것은 읍면리의 이름을 아는 것이었다. 서울은 지하철역 이름이 있어서 그런지 버스 노선 찾을 때 그리 헷갈리는 게 없었는데, 지방은 지하철이 없다 보니 버스 노선에 써져 있는 읍면리의 이름들이 생소한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의 오설록 쪽으로 가려는 버스를 찾는데 '오설록'이라고 써져 있는 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신평리가 종점이라 '신평'이라고 쓰여있는 셈이다.(물론, 오설록은 유명해서 버스 노선에 명시되어있다.) 


버스 노선을 수월하게 찾고 싶다면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곳 주변의 읍면이 이름을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갈 곳들을 정했다면 그 주변의 랜드마크나 유명 관광지, 지역명을 잘 익혀두자. 지도 앱으로 노선을 알아도 하차하기 몇 정거장 전인지 파악할 때도 좋다.  

버스노선에 적힌 지역명만 정류장이 아니다. 써져있는 지역 구분 사이에도 정류장이 있으므로, 지역명을 잘 알아두고 내릴 곳이 어디와 어디 사이인지도 알아야한다. 
제주의 버스 노선을 이해하기

2017년 8월부터 제주도는 버스 노선을 전체적으로 변경했다. 일주동로, 일주서로로 불리는 제주도 외곽을 도는 노선들은 더 확장해서, 내륙으로 치면 광역버스 식의 급행버스를 만들었다. 8대의 이 버스들(대부분 100번대)은 외곽을 돌거나 제주도를 가로질러 각 환승정류장에 서서 간선, 지선, 관광지 순환 버스들과 이어질 수 있도록 되어있다. 멀리 갈 땐 이 급행버스들을 잘 활용하면 빠르게 갈 수 있다. 


우선 100번대는 급행버스이며 장거리 버스이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나 성산, 고산 등을 갈 때 좋다. 200대부터는 시내버스이다. 간선 버스로, 중장거리를 뛰는 버스이다. 211번 성산을 시작으로 220번대, 230번대, 240번대... 10번대 자리가 늘어날수록 도착지가 서쪽 방향에 있다. 280번대는 제주도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서귀포 방향이고 290번대는 제주도 서쪽을 향하는 버스이다. 3,400번대는 제주 시내를 돌며 700번 대는 제주 동쪽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들이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급행 및 관광순환 버스노선도. 장거리는 급행을 타고 단거리는 지선, 간선을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이렇게 번호대로 제주 버스를 이해하면 제주 여행이 좀 수월해진다. 버스 번호를 마구잡이로 준 게 아니라 나름 규칙과 순서에 맞게 부여한 것이니 말이다. 첨에는 뭔 소린가 하겠지만, 혹여 일정이 갑자기 꼬이거나 급하게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할 때 버스 번호 대만 보고 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어서 편해진다. 지도 앱의 길 찾기가 꽤 잘되어있지만, 한적하고 버스가 잘 안 오는 곳이라면 타고 나가도 되는 버스인지 판단하는 게 쉬워진다. 


그래서 제주에서 버스여행이 처음이라면, 숙소는 가급적 한 곳에서 묵는 게 도움이 된다. 한 곳에 머물면서 숙소 앞을 지나는 버스가 대부분 어디로 향하는지 익혀두면, 숙소로 돌아올 땐 검색 없이도 어느 버스를 타면 숙소로 가는지 알게 된다. 나의 경우 제주에 가면 묵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이 방법도 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제주관광공사 교통정보 안내

https://www.visitjeju.net/kr/tourInfo/traffic?tap=three&menuId=DOM_000002000000000033#


시간 계산을 넉넉하게 해두기

제주에서 가고픈 곳들은 번화가보다는 역시 한적한 곳에 있다. 그런 곳에서 잠시라도 있으면서 조용함과 쾌적함에 힐링을 하는 게 제주여행의 묘미기도 하고. 버스로 그런 곳을 찾으면 환승하는 것은 필수다. 버스 환승을 잘하기 위해선 버스 시간표를 잘 알아야는데 앞서 말한 방법들만 잘해두면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동쪽의 성산'플래이스 캠프'에서 서쪽의 '유람위드북스'를 간다면 길 찾기에서 추천해주는 방법은 성산>제주공항>오설록>조수 1리이다. 이 루트에서 버스를 2번 갈아탄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급행버스가 많기 때문에 멀리 갈수록 급행을 타는 것이 좋다. 111번을 타고 공항까지 간 후, 공항에서 151번을 탄다. 오설록에 내려서 784-2번이라는 지선 버스를 타면 된다. 시간표를 세 개를 봐야는 상황에서 기점이 돼야 하는 시간표는 784-2번이다. 시간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도착지에 도착하고 싶은 시간을 골라서 역으로 시간표를 찾아봐야 한다. 버스를 환승할 땐 빠듯하게 타는 것보다 일찍 도착해서 넉넉하게 타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내가 목표로 잡은 시간 때의 앞과 뒷 타임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이런 식으로 유람위드북스에 오후 12시 즈음 도착하고 싶다면 성산에서 9시 40분 쯔음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시작하는 게 좋다. 

예로든 성산>유람위드 북스(조수1리)를 가기 위해선 2번의 환승이 필요하다. (최소환승, 최단거리 기준)
이 일정일 경우 내가 버스 시간표를 보는 방법을 정리해봤다. Check 1부터 6의 순서가 내가 찾는 방식이다. 도착할 시간을 기준으로 찾는 것이 편하다. 
긴 거리는 버스로, 짧은 거리는 택시로

위 방법은 교통비를 절약하는 데 좋지만, 차로 2시간 갈 거리를 버스를 타면 거의 3시간이 걸리는 셈이 된다. 환승을 많이 할수록 대기시간이 적어도 한 환승지에서 10여분 씩 있게 되니까 말이다. 시간이 많은 여행자라면 좋지만, 촉박하다면 택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다. 장거리는 급행버스로, 짧은 거리나 중거리는 택시를 타는 식으로 말이다. 위를 예시로 들자면 상대적으로 버스 시간이 적은 784-2 대신 오설록에서 조수리를 가는 것은 택시를 타면 낫다. 


이렇게 버스시간이 적은 곳이 도착지일 땐, 나올 때는 되도록 버스를 타고 나올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면 택시도 잘 안 지나가서 카카오 택시를 불러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굳이 돌아온 길 되돌아서 나가지 않아도 급행이 다니는 큰길 쪽으로만 나가는 버스를 타면 환승정류장이나 공항이나 서귀포 쪽으로 가는 것이 쉬워진다. 

환승하느라 내린 정류장에서, 버스가 아니면 몰랐을 동네에서 제주의 한 켠을 보는 것 같아서 기다림이 즐거웠다. 
지도 앱을 수시로 확인해볼 것

타기 2, 30분 전부터 수시로 정류장 도착정보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급행처럼 제시간에 오는 버스들은 괜찮지만 간선이나 지선은 교통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내가 가려는 방향의 다른 버스가 올 때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릴 때도 수시로 확인하며 도착지를 놓치지 않도록 하자. 


예습은 총 두 번 정도 한다.

여행 가기 전 크게 훑어보는 식으로 갈 곳을 정하고 버스로 가는 길을 알아보는 가벼운 예습 1번, 제주에 도착해서 다음날 갈 곳들을 디테일하게 한번 다시 점검하는 예습 1번. 총 두 번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열심히 알아놔 봤자, 정작 여행 당일날은 헷갈릴 수도 있으니 전날 밤 꼼꼼히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다 보려는 욕심은 버리자

제주는 생각보다 넓은 곳이다. 섬이니 쓱 둘러보면 되겠지 싶지만, 자신이 사는 곳과 비교하면 금방 체감이 올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제주를 2, 3박 안에 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버스로 여행을 할 거면 버스에 타 있는 시간이 여행하는 시간보다 길어질 것이라 느껴질 것이다. 한 번에 다 볼 생각을 말고 제주를 몇 부분으로 나눠 그 중단거리 정도만 이동하는 식으로 구경하면 버스로 이동도 수월하다. 뭐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여행도 과한 일정은 몸도 지치고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위미에서 버스타러 가는 길에 본 제주어와 표준어. 제주 와리지 말앙 촌촌이 봅서!




결국 버스로 여행하는 일은 승용차로 다니는 것보단 꽤 번거롭기도 하고 부지런해야 할 일들의 연속이긴 하다. 그래도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한 다음 계획한 대로 버스를 잘 맞춰 타서 여행을 즐기고 있노라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 노력으로 왔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다. 또, 다소 버스로 복잡할 것 같은 길도 이렇게 가면 어떨까? 저렇게 가면 어떨까? 하고 퍼즐 맞추듯 껴 넣어보고 돌려보고 하다 방법을 찾았을 때의 기쁨도 준다. 놓쳐서 일정이 꼬일까 걱정도 많이 하지만, 이런 준비와 걱정의 과정 덕에 여행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지 않던가.


국내를 이렇게 알아보며 다닌 덕에 외국 여행에서도 대중교통을 찾거나 계획을 짜는 게 어렵지 않았다. 또, 여행으로 다져진 철저한 준비로 계획하는 건 내 일상도 많이 바꾸어놨다. 마치 여행 계획을 짜듯, 내 일상에서도 할 일들을 나열하고 분량을 나눠 조금씩 하는 등의 계획 짜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퍼즐 맞추듯 시간을 분배하고 넣어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을 만들어낼 때마다, 일상도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을 여행하는 모험가라 생각하면 복잡한 일들도 버스 여행하듯 '와라지 말앙 촌촌이' 하게 된다. 


여행 가기 좋은 가을이다. 제주라면 더 좋을 것이고. 타인의 운전에 의지하기보다 내가 가고픈 길을 찾아가는 '나만의 제주 여행'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주파수가 스스로 길을 찾는 도전에 맞춰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여행의 시작이 당신이 일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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