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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May 11. 2020

우리나라 7번 국도여행

오픈카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꿈

오늘의 주파수: 7번 국도여행 (a.k.a 우리나라 등골타기)

자유+드라이브! 하면 생각나는 델마와 루이스의 명장면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그런 꿈들을 꿔봤을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며 오픈카를 타고 바다가 보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꿈. 델마와 루이스처럼 발닿는대로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은 충동쯤, 살면서 누구나 한번씩은 갖지 않던가. 


영화나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에서 자유, 탈출, 일탈 등에 그런 장면을 보여줬기에, 어쩌면 그런 꿈은 미디어가 교육시킨 꿈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탈출, 일탈에 바다가 연상되는 당신이라면 이제부터 자세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비행기 타고 제주도를 가지 않아도!  4, 5시간동안 내 곁에 바다를 두고 달릴 수 있는 그런 여행이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우리나라 7번 국도다. 


오랫만에 글을 쓰니 잠시 근황을 알리자면 회사 이전으로 지방으로 이사해 부모님과 주말 가족(?)이 되었으며,  필요로 의해 (드디어) 운전면허증을 따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얼마전 내 차를 타고 7번 국도를 찾았다. 경주를 들러 포항에서 시작하여 강릉까지. 4년 만이었다.



바다를 향해 달리는 7번 국도 

부산에서 강릉을 넘어 휴전선까지 이어져 있는 도로. 부산광역시에서 출발해 함경북도 온성군까지 이어진다. 현재는 부산-강원도간 물류수송에 유용하지만 통일이 되면 남북간 교류에도 큰 역할을 할 거라고 한다. 

 7번 국도가 여행에 으뜸인 이유는, 해안가를 따라 난 도로라는 것이다. 내내 해안도로는 아니지만 31번, 36번, 917번 등 도로로 우회해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동해안을 옆에 두고 달릴 수 있다. 덕분에 운전하는 내내 경치가 뛰어나다. 차박캠핑을 한다면 맘에 드는 해수욕장 어딘가에 차를 대고 하루정도 묵기도 좋다. 물론, 바다에 취해 이동은 다소 느릴 수 있고, 바다보다가 펜스를 박는 그런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내 얘기다..ㅜ)

7번 국도로 갈 수 있는 도시. 통일이 되면 북한까지 이어지는 국도라고 한다.


7번 국도를 담은 영화 <가을로>

2006년에 개봉했던 <가을로>라는 영화가 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배경이 되는 영화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과 장소를 영상으로 담아낸 영화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내 기억에 남았던건 담양 소쇄원과 7번 국도. 소쇄원이야 운전을 못해도 찾아갈 수 있는 ‘장소’이기에 두어번 가봤지만 7번 국도는 운전이 아닌 이상 가기 어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멜로 영화 즐겨본다면 알만한 <가을로>


그러다 4년 전 경주에서 동해가는 열차를 놓치고 경주역 직원 조언에 따라 버스타고 포항을 가고, 포항에서 동해가는 고속버스를 타며 우연찮게 7번 국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그 고속버스가 7번 국도를 달려서 동해까지 갔던 덕분이다. 2월의 낮시간, 미세먼지도 잘 안끼는 영동지방이라 햇빛에 비치던 동해가 기억에 남았다. 동해바다를 내려다 보던 그 휴게소도.


4년전 버스에서 찍은 사진. 햇살이 좋아서 빛나던 바다가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바다가 컸었나- 생각했던 것 같다. 


올해 2월, 영덕에서 만난 한 카페에서. 맛은 그닥이었지만, 경치 좋은데 자리해서 바다를 보며 차한잔 하기 좋았다.
영덕에서 고래불 가는 길에 주차 공간이 넓어서 바다 보러 내렸다가 BTS를 만났다. 뮤비를 안봐서 어느장면인지는 몰라도, 팬인 친구에게 보내니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BTS도 반한(?) 영덕 경정항 바닷가 
해질녘의 추암 바닷가. 물론 해는 내 뒤에서 지고 있다. 4년 전 같은 시기에는 잔잔한 바다였는데 이날은 격했다. 자연은 재밌다.

추암 근처 숙소는 너무 비싸서 강릉으로 숙소를 잡아서 해가 지고 나서 강릉을 향했는데 지방의 국도는 왜이렇게 가로등이 없는지, 바짝 긴장하고 운전한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킬 일 없는 상향등을 켰다 껐다하며 서행으로 갔다. 가실 분들은 3박 4일 정도의 넉넉한 일정으로 가는걸 추천해 본다. 하루 내내 운전하면 밤 눈도 어두워지더라. 


7번 국도로 가는 길

1. 대중교통

- 포항에서 동해, 삼척, 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자. 

- 장점: 피곤하면 잘 수 있고 자다 깨면 바다가 옆에 있을 수도. 

- 단점: 100프로 바닷길은 아니다. 60프로 정도...?/ 시간을 엄수해야한다. 


우측 창가 맨 앞자리를 추천한다. 운전하는 기분으로 편히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경상도에서 강원도로만 가면 되지만, 낮 중에 출발한다면 노을이 비추는 겨울바다가 인상적인 추암이라 도착지로 동해나 삼척을 추천해본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간에 바다가 잘보이는 휴게소에서 한번 정도 쉰다.


추암해수욕장의 멋진 풍경. 2016년 2월.
4년 전 추암은, 편의점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대게집이 즐비해서 저녁을 해결하기도 좋았다. 


2. 자가운전

- 물론 이게 가장 편하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니까. 

- 장점: 해안도로만 선택해서 달릴 수 있다. 바다를 운전하는 내내 볼 수있다.

- 단점: 내 몸이 피곤한건 필수 옵션 / 해안도로는 구불구불하므로,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린다. 


조수석 창문활짝 열고 서행하며 맞는 바닷바람이 예술이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바닷길을 달리고 싶다면 포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7번 국도 전체가 바닷길은 아니라서 포항에서 강릉으로 향한다면 표지판에 에 ㅇㅇ해수욕장 혹은 ㅇㅇ해안길 이런게 보이면 그곳으로 향해 바닷길(해안도로)을 따라 달리면 되겠다.


여름철은 북적이겠지만 겨울철엔 맞은편에도 내 앞뒤에도 거의 차가 없는 상태라서 서행하고 바다를 구경하며 가도 서로의 통행에 문제는 되지 않았었다. 생각보다 오랜 길을 달리고 마땅한 편의점이나 휴게소는 잘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은 해수욕장 화장실을 이용했다.  



7번 국도에서 바다를 더 즐기는 꿀팁

* 서행하며 우측 창문을 활짝 열고 거친 파도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강풍이 불거나 눈, 비가 오는날은 이렇게하면 관종이니까 피하길바란다. 혹여 감기가 걸릴까 싶어서 옷도 챙겨입고 목도리도 하고 마스크도 하며 운전했었다.(여행기간이 2월) 자동차로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 같아서 계속 해안도로만 타고 갔었다. 


*여행에는 역시 음악이다. 매일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며 이노래 저노래 들었지만 바다를 즐기며 들었을 때 좋았던 음악 몇개 추려봤다. 

#Perhaps love 

도입부가 쫙 깔릴 때 바다를 보면 내가 영화나 드라마속 주인공 같고. 같고 가슴이 벅찼었다. "캬!"라는 감탄사가 절로! 

#Show yourself

겨울왕국2를 봤다면 기억할만한 노래. 엘사가 거친 파도를 얼려가며 바다넘어 저멀리 가려 부딪히고 부딪힐 때 나왔던 테마곡이다. 거친 겨울바다를 보고있노라니 나도 엘사처럼 저 파도를 뛰어 넘어 이끌리는 소리를 찾아가얄 것 같은 기분.

#합정역 5번 출구

사실 유산슬 관련 놀면뭐하니 예능을 보진 않고 완성곡만 들었는데, 이곡의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우렁차고 신이나며 거국적인 느낌까지 든다. 힘차게 운전해서 가야하는 기분. 

#널 어쩌면 좋을까

허스키한 김예림의 목소리와 미디템포의 밝은 느낌이 사랑의 풋풋함이 느껴졌다. 바다를 즐기며 더 산뜻한 기분이 들었었다. 



영화 나잇앤데이 속 톰크루즈의 꿈은 아메리카 대륙 횡단이다. 결국 그는 그 꿈을 이루긴한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남-북, 북-남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거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7번 국도를 떠올렸던 것 같다. 거리는 몇배 차이나지만, 서양권처럼 몇달을 쉴 수 없는 우리나라 휴가 일수를 생각하면 7번 국도의 거리가 짧은 거리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 끝에서 한 끝까지 가봤다는 것이 내겐 어떤 목표성을 띄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강릉을, 목포에서 부산을 여행해본 적이 있는데,  유명한 산 정상을 찍고 오는 기분이 이럴까 싶었다. 끝과 끝을 찍은 것이 내겐 정점을 찍은 듯한 기분을 들게 했고 긴거리를 '완주'했다는 것이 멈춰있는 내 삶이 큰 이동을 한 기분이었다. 


7번 국도가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나만 가질 수 있는' 의미가 담긴 여행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장소를 옮겨가고 그 장소들이 연결되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무엇으로 이동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버스로 가든, 차로 가든, 7번 국도를 달리는 내 마음은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계획하며 범상치 않은 그 공간들을 연결하고 있는 내 마음의 소리에 주파수를 맞춰보자.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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