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Jun 13. 2021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4일 만에 내려온 시골, 꽃 피운 자리에 열매가 맺히더니  아기 오이는 청소년 오이가 되었다. 오이 숲에서 자라고 있는 오이 열매를 벌써 3번이나 땄다.  성장하는 오이 열매가 있어서 긴 시간 차를 몰고 내려온 보람이 있었다.

아기 호박도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다. 자세히 호박 숲을 뒤져보니 어린이 호박만큼 자라 있었다. 호박도 곁가지를 잘라 내주어야 잘 자라며 통풍이 잘 되어야 열매를 더 많이 맺힌다고 한다. 자세히 호박 숲을 뒤져보니 숨이 막혔는지 아기 호박이 살아남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버린 것들이 많았다.

토마토에도 열매가 열렸다. 다음 주면 더 많이 자라 있을 것 같다.


오이밭의 최대 피해자는 상추다. 오이 가지가 상추 구역으로 뻗어나가 상추 땅을 점령하고 있다. 상추 숲을 이루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난주보다는 많지 않아 안심이다.  처음 상추의 맛과 두세 번 솎아낸 상추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첫 상추 잎이 부드럽고 연한 상추 라면 두세 번 솎아낸 상추는 강한 상추 잎을 내었다. 상추 잎을 솎아내  닭장으로 던져 넣었다. 닭들이 상추 잎을 먹어 주었으면 좋겠다. 상추 처리반 닭이라도 있으니 감사하다.

고추밭의 고추도 자라기 시작한다. 섬마을 농부가 힘들게 산 밑에 밭을 갈고 고추 모종을 심었다.  그 고추밭은 흑염소 떼에 의해 점멸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산으로 도망 나간  흑염소 떼가 내려와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집 앞의 고추밭으로 나가보니 그곳도 풀밭이 되었다. 고랑 마다 풀이 빼곡히 자라 있었다. 여기가 고추밭인지 풀밭인지 모를 정도였다. 고랑둑에 잡초 매트를 깔지 않고 고추를 심었다면 모두 풀밭으로 변했을 것이다. 잡초 매트를 깔지 않고 심어 놓은 곳은 풀인지 고추인지 모를 정도 다.

꽃인 줄 알았던 모종이 번식력이 너무 강한 잡초인 것을 확인 한순간 집 앞에 있는 것은 모두 뽑아냈다. 그러나 이 만수국 아재비에서 나는 향으로 인해 주위의 화초가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을 발견했다. 고추밭을 점령한 잡초 중 대다수가 만수국 아재비였다.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풀이 고추까지 점령하기 전에 제초제를 해야만 했다. 쉬고 싶어 하는 오라버니를 불러 잡초제거에 나섰다. 제초제를 뿌린 곳의 풀들이 죽어야 할 텐데 어떨지 걱정이다. 오라버니의 한낮의 수고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엄마는 일어나기만 하면 새벽부터 밭으로 나가 김을 맸다. 한낮에도 시골 할머니들이 밭에 앉아 김을 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부는 관심을 갖고 농작물을 심어 놓은 곳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풀이 나고 있는지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미리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데 뽑아내지 않으면  억센 풀들이 점령해 버린다.

시기에 맞게 일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시기를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돼버린다. 그 일을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릴 수도 있고 힘들게 수습 해야만 한다.

섬마을 농부가 논에 나가 벼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고추밭은 잡초에게 빈틈을 내주고 말았다. 풀들은 농부가 돌보지 않은 그 빈틈에 밭에 자리 잡아버렸다. 세력을 점점 확대해 나가 온 밭으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농작물이 자란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처참한 고추밭 현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