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노란 참외가 익어간다. 자신이 이제 무르익었다는 것을 노란색으로 알려주는 참외, 그래서인지 참외가 더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하면 언제나 수박 옆에 참외가 따라온다. 텃밭에 수박을 심었다면 당연히 참외도 심어야 한다. 그래야 여름과일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 옷을 입고 빨간 속옷을 입은 수박은 남자 같은 이미지라면 노란 옷을 입고 하얀 속옷을 입은 참외는 여자 같은 이미지다. 그래서일까? 참외에는 임신여성에게 꼭 필요한 엽산이 과일류 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어 하루 1개만 먹어도 섭취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참외 씨앗을 심었지만 한 번도 자라는 잎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턱밭에 자라는 싹의 잎이 오이잎처럼 생겨 분명 참외를 씨앗을 심었을 텐데 하며 오이가 자라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했었다. 그래서 혹시 오이가 자라는지 의심을 가지고 잎이 나는 것을 살펴보았다. 처음 잎이 나올 때는 오이 잎이나 참외 잎이나 구별이 어려웠다. 차이가 있다면 참외 잎이 조금 더 하트 모양에 가깝다는 것이다.
초록 잎사귀 속에 숨어 열매가 열린 것도 알지 못했다. 어느 6월 갑자기 급성장을 하더니 7월 이번 주 텃밭을 노란색으로 물들여 주고 있다. 참외를 바구니 가득 따와 노란 여름의 맛을 보았다.
텃밭을 가꾸며 그저 봄날 씨앗을 심고 풀을 뽑아주고 가끔 물을 주며 돌아본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는데 매주 다른 채소와 과일들을 수확하는 즐거움을 준다. 덩굴식물들은 덩굴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잠시 정신을 놓다 보면 덩굴식물들은 어디로 어떻게 뻗어 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덩굴이 뻗아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둘 수밖에 없다.
수박은 겉으로 보기에 언제 수확해야 하는 시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 속을 겉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외는 다르다. 참외의 수확 시기는 겉껍질이 노랗게 변하는 때가 되어야 한다. 텃밭에서 기른 참외는 7월 지금이 수확 시기이다. 조금 덜 익으면 단맛이 덜하고, 수확 시기를 놓치면 아삭한 맛이 덜하지만 언제나 가장 노란색을 보여줄 때가 가장 맛이 있을 때이다.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속이 익었는지 알 수 있는 참외가 좋다. 그런 단순함이 좋다. 노란 참외는 빛을 받고 자라 가장 여름을 닮았다. 땅의 색을 지니고 있어 자연을 닮았다. 텃밭에 서있노라면 달달한 향기가 폴폴 난다. 참외가 노랗게 익어간다. 노란 여름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