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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Aug 07. 2021

아침에도 고동 점심에도 고동 저녁에도 고동

고동잡이 헌터들이모였다

"바다에서 뭐 잡으셨어요?"

"고동 잡았어요"

어둠이 섬마을에 내려앉은 시간이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우리를 보고 여자 한분이 다가와 물어왔다.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낚시를 하러 관산호를 찾아온 분이었다. 우리가 올라온 바다를 살피러 내려가더니 다시 돌아서 낚시할 곳으로 떠났다.


우리의 신발과 바지는 바닷물에 빠져 흥건히 적셔있고, 온몸은 땀인지 짠물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염분에 젖어 버렸다. 밤바다에서 올라온 우리들의 양손은 무겁기만 하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바구니는 물론 바다에서 주은 플라스틱 병 안에 고동이 가득 담겨있다.


물이 가득 들어와 있는 바다에 나왔다가 고동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것을 보았다. 고동이 바다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은 사실 아니다. 바위 위에 붙어있는 것이 물 위에서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물속에 발을 넣고 물속을 바라보며 고동을 잡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수중 탐험을 나선 느낌이다. 볼 수 있는 것은 예쁜 물고기들이 아니라 작고 깜한 고동일뿐이지만 말이다. 어둠이 내려앉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고동을 잡기 위해 바다를 휘저으며 돌 위를 건너고 있을 것이었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고동을 찾으려면 바위틈 사이 비좁은 공간에 손을 짚어넣어 고동을 꺼내야 한다. 손가락이나 손등이 바위에 쓸리기가 일상다반사이다. 물이 빠지는 시간 에는 뻘들이 바위 위에 남아있어 발을 잘못 디딜경우 미끄러지기 한다. 벌써 팔과 다리에 상처가 여러 군데 생겼다. 엉덩방아도 여러 번 찍어 꼬리뼈가 아프기까지 하다. 바위와 갯벌에 바지 어딘가가 찢어지거나 긁힌 흔적들은 빨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시골집에 고동잡이 헌터들이 떴다. 우리는 두 명 이상만 모이기만 하면 고동을 잡으러 나간다. 언제부터 고동을 잡으러 다녔는지 딱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벌써 5년 전 사진부터 고동을 잡는 사진을 구글포토가 보여주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고동을 잡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 휴가를 내려오면 형제들과 함께 엄마를 따라 여름에 한두 번 간 기억이 난다. 서먼 과거로 기억을 더듬어보니 20대 초반 친구를 데리고 시골에 왔을 때도 이바다에서 아버지와 고동을 잡던 사진이 있다. 원안을 막아 논을 만들고 바다가 큰 바위들로 메꾸어지면서부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위는 고동이 살기 가장 좋은 장소이고 이곳 관산포 앞바다는 고동들이 서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된 것이다.


고동잡이 헌터들이 떴다. 휴가를 맞아 새벽에 일찍 출발한 팀은 아침 8시에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물때를 보더니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며 고동을 잡으러 나섰다. 늦게 까지 갯바위 위를 용감하게 다니며 고동을 한가득 잡아 오더니 아침을 먹고 고동을 씻어 삶는다. 그리고 밖이 무더위로 기승을 부리는 시간 내내 모두 에어컨 앞에 둘러앉아 고동을 까기 시작한다.


고동이 잘 삶아진 것을 보고 고동 삶는 법을 다시 확인한다.
고동 삶는 법은 이제부터 이 방법으로 하려고 결정했다.
1. 고동을 잘 씻어 물과 함께 고동을 넣고 고동을 삶기 시작한다.
2. 고동이 팔팔 끓어오르면 고동이 잘 삶아졌다는 이야기다.
3. 잠시 고동이 식기를 기다리다 어느 정도 식으면 고동을 까기 시작한다.

차량담당이 고동 삶는 물을 먹어도 되냐고 질문을 했다. 고동 삶는 물은 먹지 않기를 권한다. 고동껍질에 있는 불순물들이 아무리 깨끗이 씻는다 해도 다 씻지 못할뿐더러 삶아지면서 고동의 불순물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고동을 하루 종일까지 시작했다. 고동 살을 돌려서 까는 사람 와 고동을 돌려서 살을 꺼내는 사람 고동 까는 방법도 모두 제각각이다. 고동 위에 붙어있는 얇은 덥게를 까면서 뜯어내는 사람 고동 덥게를 뜯어내지 않고 먹을 때 씻으면서 뜯는다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나서 까지도 고동을 다 까지 못했다다. 오후 시간도 때약볕이다. 여전히 에어컨 앞에 앉아 나머지 고동을 까야만 한다. 오후 3시가 넘어서 까지 고동을 깠다.


해수욕을 즐길 생각으로 도시에서부터 래시가드를 입고 내려온 아이는 어서 바다에 가고 싶다. 그러나 젊은 부모는 고동을 까다가 녹초가 되었다. 다시 힘을 내어 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늦은 오후 시간 아이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아이를 위해 바다로 나가 파도와 부딪치며 가족의 추억을 만들다 해수욕장을 닫을 시간이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서야 휴가의 첫날 하루의 지친 몸을 바닥에 누워 쉴 수 있었다.


다시 새벽이 되고 새벽닭은 5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울어대기 시작한다. 녀석의 목청이 얼마나 큰지 모든 식구들을 깨워 놓고야 말았다. 누군가는 산행을 하고 누군가는 밥을 하고 누군가는 단꿈에 빠진 새벽시간이다. 아침밥을 먹고 난 후 이른부터 시간부터 다 시 고동을 잡으로 고동 헌터들은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어제보다 더 많은 고동을 잡아 집으로 들어온다. 다시 고동을 까야하는 단순노동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둘러앉아 고동을 붙잡고는 있지만 고동 까는 속도가 붙지 않는다. 고동을 까는 연장인 바늘이 모두 부러지거나 뭉개져 있기 때문이다. 고동을 까기 위해서는 연장이 좋아야 한다. 연장을 새로 장만하러 나섰지만 한 번에 사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더 나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시골이다.


점심을 먹고 새로운 연장으로 개비를 한 우리는 다시 고동을 까기 시작한다. 바늘의 뾰족한 부분은 고동을 잘도 꺼내기 시작했고 고동 까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오후 3시 그제야 잡아온 고동을 모두 깔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후 젊은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가 해수욕을 즐기며 아이와의 추억을 쌓고 돌아왔다.


 그 사이 늦게 도착한 다른 식구는 까놓은 고동을 보더니 고동을 잡으러 가자며 나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고동을 잡아오고 다시 고동을 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고동을 잡고 고동을 까는 단순작업으로 여름휴가를 보낸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야 할 아침 아이는 고동을 잡으러 같이 바다에 나가고 싶었지만 미끄러워서 안된다고 한말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아침부터 고동을 잡으러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젊은 부부는 다시 아이와 함께 고동을 잡으러 바다로 나가 고동잡이 추억까지 함께 쌓았다. 아침에도 고동, 점심에도 고동, 저녁에도 고동,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골에 내려온 첫날 아침부터 돌아가는 그 시간까지 고동과 함께한 여름휴가였다. 엄마가 시골집을 지키는 동안은 계속해서 고동잡이 헌터들이 섬마을로 모여들 것이다. 휴가를 마치고 내려온 이들이 모두 도시로 올라간 시골집에는 아직 까야할 고동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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