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을 산딸기 소녀로 황야를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다시 또 산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서울과 광주에서 사는 형제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를 만나러 시골에 내려왔다. 남자들은 가장 먼저 산소로 향했다. 갑자기 오라버니가 전화를 했다. 산딸기가 열렸으니 여자들에게 따러 오라는 것이었다. 지난번 산딸기를 따던 곳 바로 옆이었다.
산딸기를 따면 엄마가 드시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바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그 산딸기를 오라버니는 주말마다 내려와 가지고 올라가더니 산딸기 잼을 만들어 다시 가지고 내려왔다. 오직 산딸기와 설탕만을 넣어 만든 천연 산딸기잼의 맛은 일품이었다. 산딸기 알맹이가 입안에서 톡톡 씹히는 것이 식빵에 발라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분홍색 꽃을 피우던 멍석딸기가 벌써 익어가고 있다. 시골에 오랜만에 모인 여자들은 산딸기를 따러 가기 위해 무장을 했다. 이번 산딸기나무는 가시가 많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랑 길을 따라 올라가니 멀리서도 한눈에 산딸기가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붉은 산딸기들이 탐스럽게도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고 볕이 좋은 자리여서 인지 가장 먼저 익은 산딸기들이다. 한 나무에서만 바구니 절만을 채우고도 남을 양이었다.
그런데 이번 산딸기는 지난번 산딸기와 달리 따자 마자 알알이 흩어져 버린다. 한입 먹어보니 딸기 씨앗이 더 많이 씹혔다. 지난번 흰곰 산딸기의 맛을 본 언니와 나는 이번 딸기는 색을 더 붉지만 식감이 별로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고 아직 산딸기 맛을 못 본 언니는 그것도 신기해했다.
이번 산딸기는 모두 산딸기 맛을 못 본 언니에게 돌아갔다. 산딸기가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다며 서울에서 내려온 언니는 사양하지 않고 모두 챙겨 올라갔다.
그런데 선물로 주려고 만들어놓은 산딸기잼은 잊고 간 것이다. 언니는 귀한 산딸기 잼이라 욕심이 났던지 냉동실에 보관을 부탁했다. 여름에 내려와 가져 가겠다는 것이다. 다음 해 5월에는 산딸기를 따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시골에 내려와야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6월의 섬마을에는 산딸기가 익어가고 있다. 멍석딸기는 한자리에서 편하게 딸 수 있지만 먼저 맛본 딸기보다 식감이 떨어진 걸 알아버렸으니 아무리 붉은빛으로 유혹하더라도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텃밭의 다른 열매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기 때문에 산딸기는 이제 그 매력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