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아이들이 찾아왔다. 개구쟁이 남자아이들과 이번에는 4살짜리 수줍은 꼬마 숙녀도 함께였다.
2주 만에 다시 시골집을 찾은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은 지난번 바다에서 고동을 잡던 즐거움을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섬마을의 해변도로를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하고 바다를 촬영하며 친구에게 섬마을의 바다를 생중계하는 기쁨을 맛보아서인지 이번에도 재미있는 놀이를 찾기 위해 들떠 보였다.
개구쟁이 남자아이는 노란 장화를 신은 4살짜리 사촌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 해바라기 꽃 앞에 다가갔다.
시골집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한 삭막한 사월, 해바라기 씨앗을 수줍은 노란 장화 숙녀와 함께 감나무아래 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 꽃이 아직은 수줍은 노란 장화 소녀를 보며 웃고 있다.
비가 거세게 내린 오전을 집안에서 어쩔 수 없이 보낸 아이들은 집 주변 탐험을 나갔다. 집 앞에 있는 샘을 지나가다 그곳에 살고 있는 가재 가족을 발견했는지 가재를 잡기 위해 뜰채를 찾는 호들갑을 떨었다. 뜰채를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은 가재를 잡고 싶은 열망을 나에게 나타냈다. 시골집에 내려오면 언제나 아이들의 놀이 담당이었던 나는 바가지를 들고 샘으로 갔다.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샘에서 가재를 찾기 시작했다. 비가 온 후 샘물은 물의 소용돌이로 약간 부했다. 드디어 가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잽싸게 바구니로 떠내 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가재는 잡지 못하고 샘 바닥의 흙만 퍼내는 바람에 샘의 물을 완전 흙탕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가재를 놓친 것이다. 물이 다시 맑아지기를 기다려야만 가재 잡기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가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얼굴을 샘에 처박으며 가재 잡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재를 잡지 못하자 비가 오면 자주 볼 수 있는 개구리 사냥을 떠나려는 아이들에게 흑염소를 보고 오라고 알려 주었다. 그동안 가재를 꼭 잡아 놓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자 샘 물이 어서 맑아지기를 기다렸지만 흙탕물이 된 샘물은 여간해서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샘을 지며 보다가 샘 벽 쪽에 이 붙어있는 가재를 우연해 발견했다. 이때다 날쌔게 손으로 가재를 낚아챘다. 갑자기 당한 선길에 가재는 무서운 가위질을 해대 지도 못하고 잡혔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체면이라도 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떨결에 잡힌 가재가 상당히 컸다. 이 샘물에 살고 있는 가재 가족 중 가장 대장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샘물이 맑아지자 모습을 드러낸 다시 가재들이 나타났다. 동시에 모험을 마친 아이들도 다시 샘으로 돌아왔다.
그릇에 담긴 가재 한 마리를 세 명의 꼬마 모험가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서로 가재를 잡아 보려고 용기 있는 시도를 했다. 그제야 가재는 아이들을 얕잡아 보았는지 가위손을 휘저어 댔다. 새침한 모습이었던 노란 장화의 꼬마 숙녀님도 가재를 잡아 보고 싶었는지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대장 가재는 가제트 팔처럼 어깨를 자유롭게 뒤로 재 처대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어리다고 더 얕잡아 보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세명, 가재는 한 마리 어쩔 수 없이 가재 잡이를 더 해야 했다. 그릇을 이용하는 것보다 손으로 잡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가재를 맨손으로 잡는 법은 샘물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주의 깊게 가재를 먼저 찾는다. 가재를 발견하면 물을 휘젓지 않기 위해 손을 조심스럽게 짚어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재를 잡아 낚아채면 된다. 그런데 가재를 잡을 때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나는 소프라노 음이 터져 나왔다.
"아흐" 아이들은 내가 내는 소리가 재미있었는지 가재 잡는 솜씨를 지켜보다가 같이 소리를 질러댄다.
가재 한 마리, 가재 두 마리, 가지 세 마리, 그리고 가재 네 마리를 잡았다.
생전 처음 가재를 만지며 아이들은 한참을 신나 했다. 그 후로 한참을 그릇에 잡혀 어디도 도망가지 못하는 가재 잡이 모험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가재 가족을 샘에 넣어 주었다.
시골집 앞에 있는 샘에는 가재 가족이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비가 완전히 그친 후 물이 맑아진 일급수 샘을 자세히 본다면 대식구인 가재 가족이 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