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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l 26. 2021

고동을 쉽게 까기 위해서는 고동 삶는 법이 중요해

주말에 시골에 내려온 올케언니가 고동을 잡으러 가자고 한다. '바깥은 때약볕인데 고동을 잡으러 갈 수 있나?' 생각할 수 있지만  바닷바람은 때약볕도 시원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물때를 알아보고  고동 잡으러 고고


고동을 잡기 가장 좋은 시간은 물이 빠졌다가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이다. 바위틈 어딘가에 고동이 숨어있다가 물이 들어오면서 고동이 물 위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때가 고동 잡기가 가장 좋다. 그러나 물이 들어오는 물때를 맞추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이 한낮이 되어서야 물이 나가는 때에 맞추어 고동 잡으러 간다.


그런데 오후 1시 즈음에 왔어야 하나보다. 2시 이미 많이 물이 나간 상태이다. 바다의 물이 아직 마르지 않아 바위 위가 미끄럽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바위틈에 촥 달라붙어있는 고동을 잡기 시작한다.


바위 위에서 조심조심 고동을 잡다가 그만 미끄러운 바위에 미끄덩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엉덩이를 바위에 댔다. 뒷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으면 박사가 날뻔했다.  다리에 상처만 가득이다. 이제 고동 잡기 즐거움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a "고동 언제 물에 넣고 삶아야 하지?"

b "물이 팔팔 끓을 때 고동을 집어넣어야지 "

c "아니에요 처음부터 고동을 물에 넣고 서서히 삶아야죠 "


고동 까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고동을 잘 까기 위해서는 고동을 잘 삶아야 하는 것이다.  올케언니도 나도 언제나 고동을 잡기만 했지 고동 삶기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엄마가 고동을  삶았지 직접 고동을 삶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올케언니와 고동을 잡으러 나갔다가 고동을 삶기를 서로 시도해 보았다. 올케언니는 고동을 자기 집으로 가지고 갔다가 물이 끓을 때 넣었는데 고동 살이 고동 속에 너무 들어가 바늘로 깔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동을 두들겨 살을 빼내는 수고를 했다고 했다. 나는 고동을 처음부터 물에 넣고 삶는 방법으로 고동을 삶았다. 고동 살이 고동 속에 쏙 들어가기는 했지만 고동을 깔 수는 있었다.


이번에 올케언니는 다슬기 삶는 법을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팔팔 끓을 때 다슬기를 넣고 삶았다고 알려주었다. 고동 삶기에 대한 분분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번에는 물이 팔팔 끓을 때 다슬기를 넣은 유튜버의 방법을 택해보기로 했다.


고동 살이 고동껍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릴까 봐 고동을 씻는 것도 포기했다. 그리고 물이 팔팔 끓을 때 고동을 집어넣고 삶았다. 어느 정도 식은 후 고동을 까기 시작했다. 고동 까는 법은 오른손으로 고동 살의  머리에 바늘을 찌른 후 왼손으로 고동껍질을 몇 번 살살 돌리면 고동을 쉽게 갈 수 있다. 그런데 고동을 깔 수가 없다. 고동 살이 너무 고동껍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려 바늘을 찔러도 뽑아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바늘로 고동을 깔 수 있는 것보다 고동을 깔 수 없는 것이 더 많았다. 지친 우리는 고동을 깨서 고동 살을 빼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작은 돌을 가지고 와 고동을 올려놓고 펜치로 살살 두드려 고동을 깨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고동 살을 건져내 보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두들겨 고동 살을 빼고 물에 씻어 보았다. 그런데 씻은 고동에 여전히 으깨진 고동 껍질 부스러기가 남아있었다. 먹을 수가 없었다. 앝타깝지만 닭 먹이로 줄 수밖에 없었다.


재미로 잡은 고동이긴 하지만 고동 맛이 가장 좋은 여름철이기 때문에 버려진 고동이 아쉬웠다. 그래서  마량으로 회를 뜨러 다녀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고동보다 큰 소라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소라 삶는 법은 아무 때나 삶아도 된다. 처음부터 물과 함께 끓이던지 물이 팔팔 끓었을 때 소라를 넣던지 아무 상관이 없다. 소라 맛과 고동 맛을 비교해 본다면 고동 맛이 월등히 고소하고 맛있다. 소라는 살은 많지만 고소함이 빠진  뭔가 싱거운 맛이다. 다음에 고동을 삶을 때는 물과 함께 고동을 넣고 삶는 방법을 택해봐야겠다.   


내가 생각한 살아있는 고동 삶는 법은

1. 고동을 잘 씻는다.

2.  고동을 솥에 넣고 물을 붓는다.

3.  서서히 약한 불에서 고동을 삶기 시작한다.

4. 마지막에 뜨거운 불로 고동을 삶아낸다. 그래야만 고동이 뜨거운 물에 들어갔는지 모르게 냄비속의 물에 익숙해지다가 서서히 삶아지는 것이다.  


팔팔 끓는 물에 고동을 삶는 방법은 갑자기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는 살아있는 고동이 깜짝 놀라 고동껍질 속으로 살을 쏙 숨겨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죽어 있는 고동이라면 팔팔 끓었을 때 삶아도 상관이 없겠다. 살아있는 고동이라면 절대 고동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니 약간 무시무시한 고동 삶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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