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산과 들에는 아카시아꽃과 찔레꽃 향기가 진동하고 있다.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활짝 피어있는 시골길을 걷다가 잊고 있었던 추억들에 젖어 보았다.
찔레 꽃대를 꺾어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야금야금 씹어 먹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특히 아카시아 잎은 시골 어린이들에게 아주 좋은 장난감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아카시아 가지를 꺾어 잎을 빨리 떼는 게임을 하고 놀았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잎을 튕겨내는 게임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야 아카시아 잎을 튕겨낼 수 있지만, 잎을 잘 튕겨내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손가락의 검지나 중지로 잎사귀 하나를 톡 톡 쳐내는데 잘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아 잎을 따다가 혼자 놀기도 한다.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엄마한테 혼 날일이 있을 때 '한다', '안 한다 ', '혼난다', '안 혼난다'를 번갈아 가며 잎사귀를 따 보았다. 마지막 잎사귀 하나가 남을 때까지 해보다가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잎을 따서 다시 해보기도 했다. 일명 아카시아 점이다.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아카시아 점을 보기도 했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그게 뭐라고 잎사귀 하나하나를 따며 가슴 두근거렸다. 그런데 마지막 잎이 ‘안 좋아한다’에서 끝이 나자 무척 실망했던 추억도 남아 있다.
아카시아 잎을 다 따고 난 줄기로는 파마도 할 수 있다.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파마머리를 만들어 멋을 내 보기도 했다. 아카시아 줄기를 반으로 접어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돌돌 말아준 후 몇 시간 뒤 풀어 주면 뽀글이 파마머리로 변신을 한다. 긴 머리를 가진 친구의 머리를 파마시켜주겠다며 미장원 놀이를 하던 추억이다.
요즘은 아카시아꽃과 찔레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고, 화전이나 튀김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아카시아꽃 차도 만들어 마셨던 기억이 없는데 아카시아꽃 튀김이라니 신선했다. 식용이 가능하고 건강식이라고 하니 안 먹어 봤어도 한 번쯤 도전해 보았다.
바삭바삭 튀김가루와 어우러진 아카시아꽃 튀김이 먹을 만했다. 모양도 예뻤다. 아카시아 꽃차도 향기가 그윽했다. 도심의 아카시아는 오염되어서 절대 먹을 수 없는데 아카시아 향기에 흠뻑 취해보는 시골살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에는 계속해서 야생의 생명력을 뻗어나가며, 가시를 내고 꽃을 피우는 찔레꽃이 만발하고 찔레꽃 향기로 벌들을 유혹한다. 마찬가지로 아카시아가 주렁주렁 송이송이 하얀 송이 향기를 날리며 꿀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아카시아 점을 한번 쳐봐야겠다. 앞으로 더 시골에 '남는다', ' 떠난다' 아카시아 점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