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원정대

by 약산진달래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유아들이 즐겨 부르는 악어떼라는 동요가 있다. 이 동요를 부를 때면 상상력을 자극해 본다. 정글숲읖 헤쳐서 늪지대를 지나서 야생의 땅을 지나서 마지막에 만나는 악어떼를 보고 우르르 도망을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이 동요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산딸기를 따러 가는 길이다. 엔딩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산딸기 꽃이 5월과 6월중에 개화를 한다고 하는데 이곳은 이미 4월 초에 개화를 했다. 완도의 날씨는 이제 한달 이상을 빨리 꽃을 피우고 빨리 열매를 맺는 날씨로 변했다. 어린 시절 보리 딸이라고 불렸던 산딸기가 완도지역에서 많이 자라고 있었다. 산딸기는 흰색 꽃을 피우는 흰곰 딸기와 진분홍빛 꽃을 피우는 멍석딸기 두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어린 시절 보리가 익을 즈음 보리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 보리딸이다. 높은 곳에 있는 망꼴까지 가야 했던 산딸기는 참딸이라고 불렀다 보리 딸이 흰곰 딸기로 추정되며 참딸은 멍석딸기로 추정된다. 지금은 보리딸이나 참 딸이나 모두 낮은 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


산책길을 나서면 매일 하얀 꽃을 피우는 보리 딸이 꽃피운 자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산딸기 지대가 어디쯤 있는지 사전 조사도 마친 상황이다. 매일매일 현장 답사를 통해 산딸기가 얼마나 익어 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산딸기가 어느 정도 익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산딸기가 익어가고 있는 5월 조용한 시골에 아이들이 방문을 했다.


주말에 조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를 만나러 왔다. 산딸기를 따러 간다고 하니 어린이들은 즐거운 듯 따라나섰다. 집 앞을 출발점으로 해서 또랑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다. 작년에 산딸기를 많이 땄던 곳이 또랑 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두 개 산딸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산딸기를 따주니 그것을 받아먹는 맛에 즐거워하고, 익은 산딸기를 발견하는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 있어요 여기" 산딸기 찾기에 재미를 들인듯했다. 아이들이 여기 산딸기가 있다고 한 곳은 논 옆에 물을 모아둔 깊은 웅덩이가 있는 곳이었다. 내려가기도 힘들었고 웅덩이 위로 산딸기가 익어 있어 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조금스럽게 내려가 웅덩이 옆에 있는 돌을 딛고 산딸기를 따서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들은 맛있게 산딸기를 먹었고 또 다른 곳을 향해 산딸기를 찾아 나섰다. 산딸기는 많이 발견했지만 아직 익지 않아 아쉬웠다. 아이들은 다음 주에도 산딸기를 따러 오자고 엄마 아빠를 졸라댔다. 아이들과 함께한 첫 번째 산딸기 원정대는 순조로웠다고 할 수 있다.


다음날 엄마를 만나러 언니가 손주를 데리고 시골에 내려왔다. 오자마자 아이와 함께 산딸기 원정을 나섰다. 이번에도 또랑 길을 따라 올라가며 산딸기를 하나 둘 채취했는데 어제보다 산딸기가 더 붉어지고 있었다. 찔레꽃 향기에 이끌려 가다가 산딸기를 발견했다. 한두 개 산딸기를 따고 나니 오른쪽에 밭을 일구지 않은 땅을 발견했다. 거의 풀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이 밭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을 정도의 정글이었다. 풀들도 마른 갈대가 허리만큼 자라 있고 밭 전체를 산딸기나무가 뒤엉켜 있는 황야 같은 풍경이었다. 이곳 전체를 정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내려가 보니 다행히 땅에 발을 디딜수 있었다.


내려가다가 가시가 손에 들어갔지만 전체를 둘러보려는 욕심에 가시도 무시하고 익은 산딸기를 찾아다녔다. 아직 많이 익지는 않았지만 빈 밭 전체가 산딸기 밭이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도시에서 온 아이는 산딸기 따는 것이 재미가 없었지만 맑은 눈으로 익은 산딸기를 잘 발견했다. 언니는 시골에 내려오지 못한 며느리를 위해 오늘 딴 산딸기를 선물로 챙겼다. 나는 산딸기가 익어가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바늘로 가시를 빼야 하는 아픔을 참아야만 했다.


매일 아침이면 오라버니는 산딸기가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 전화를 한다. 산딸기 잼을 만들겠다며 많이 따놓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주말이 되면 다시 오라버니와 산딸기 원정을 시작할듯하다. 산딸기가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고 있다. 오늘은 아주 큰 딸기 한 알을 발견했다. 매일 산책하며 찜해둔 산딸기를 모두 딸 때까지는 시골에서 한 달 살기는 계속될 듯하다.


어린 시절에는 산딸기를 따먹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산딸기가 지천인 것은 이제 풀을 베지 않아서이다. 논밭의 풀들은 가축들의 여물이 되어서 거의 풀은 모두 베어졌는데 지금은 집에서 가축을 키우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풀이 아니라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풀들이 많이 자라더라도 풀 베는 사람이 없다. 또 어린 시절에는 땔감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땔감으로도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떠난 시골에는 묵힌 밭과 논이 많아서 산딸기는 계속 번식해 섬마을 전체를 덮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산딸기를 따러 가는 길은 정글 숲을 걸어가는 것처럼 험난한 길이지만 마지막에는 악어떼가 나와 놀라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딸기를 얻을 수 있으니 길이 험난하더라도 달콤한 산딸기의 유혹에 당분간은 산딸기 원정을 혼자서도 다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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