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고동잡이
섬마을에 내려와 고동을 잡으러 한번 바다에 다녀와야지 생각을 했다.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한 번씩은 고동을 잡아 반찬을 해 먹었다. 벌써 여러 날을 시골에서 지냈지만 아직 바닷 고동을 잡으러 가지 못했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화창한 날, 드디어 고동을 잡으러 앞바다로 나가보았다.
과거에는 뻘이 가득한 우리 마을의 앞바다였다. 지금은 넓은 평지가 된 관산포를 차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지났다. 논들은 이제 벼를 심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곳은 태양광 단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평지를 지나면 넓은 저수지가 나온다. 바다에서 육지로 흘러 들어오는 짠 물을 막아놓은 원안이다. 여전히 강태공들은 차를 길에 주차해놓고 저수지에 앉아 세월을 낚고 있다. 몇해 전만 해도 자동차 몇 대 만 와 있었던 곳에 이제는 캠핑카와 트럭 위에 텐트까지 쳐가며 차박을 하고 있다. 조용한 곳을 찾아 먼 섬마을을 찾아온 낚시꾼들이다.
고동을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보니 조금씩 물이 빠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넓은 바다에 오늘도 나 홀로 고동잡이를 시작한다. 사실 넓은 바다는 아니다. 바다 바로 앞에 섬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바다 한가운데 섬과 섬들이 산처럼 올라와 있는 것이 다도해의 매력일 것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은 신지면이다.
크고 작은 돌들과 커다란 바위로 바다의 뚝을 막아 놓은 상황이라 아슬아슬 위험한 곳을 조심스럽게 걸어서 바다로 내려갔다. 바닷물이 조금씩 빠지면서 고동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언니와 함께 고동을 잡으러 왔었다. 언니는 여름철에 잡은 고동보다 봄철의 고동이 쓴맛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보말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다 고동보다. 쓸개가 많은 소라 고동을 잡아서인듯했다.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는 고동들 중 작은 소라고동은 패스한다. 소라고동 중 큰 것들만 바구니에 담았다.큰 보말 고동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바위틈을 뒤져 보았다. 고동을 잡다가 잘못해서 미끄러워지기라도 한다면 바위가 많은 곳이라 다칠 수도 있다. 발에 힘을 주며 조심해서 한 발 한 발 물이 빠지고 있는 바위 위를 걸어 나가 본다. 작은 돌들과 바위로 가득하기 때문에 조개를 캘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고동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조금 험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바다는 나에게 참 고마운 곳이다.
삼십 분 정도 고동잡이를 하고 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벌써 점심때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나아가면 큰 고동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에 기운이 빠져나갔다. 어쩔 수 없이 고동잡이를 마쳤다. 누가 김밥과 커피 한 잔을 배달해 주면 좋겠다. 먹고 힘을 내서 고동을 더 잡을 수 있게 말이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 위에 앉아 한숨을 돌리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여전히 아무도 없는 이곳 바위섬에 나만 홀로 서 있다.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태양이 무서워 얼굴 전체를 쿨 워머로 장착하고. 그것도 모자라 모자와 선글라스로 무장한 모습으로 말이다.
바람이 불어오니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철썩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잠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뾰족한 돌과 바위로만 가득한 바위섬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맛있는 고동을 내어주는 곳이다.
바다는 여전히 썰물과 민물로 들락날락 거리며 쉴 새 없이 파도치고 있다. 뾰족한 바위가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모나고 뾰족한 것들도 모두 감싸 안을 수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과 부딪치는 바다이다. 바다도 태양도 바람도 세상 가운데 무장 해제를 하고 자신을 내어 주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온전한 자신을 보여 주려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 입을 것이 두려워 손해 볼 것이 두려워서 말이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
안락한 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
좀 더 좋은 것을 많이 가지려는 마음을
이곳 바위섬에서 잠시 내려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