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명절이면 서울 간 언니 오빠들이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서울에서 내려오는 언니들의 얼굴은 모두 하얗게 빛이 났다. 시커먼 피부를 가진 촌가시나는 서울에서 내려온 언니의 하얀 피부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단지 시골을 떠났을 뿐인데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하나같은 하얀 피부로 탈바꿈을 해서 온 것이다. 시커먼 피부의 투박한 시골 사람들과 달리 여리여리해 보일뿐더러 놀랍게 예뻐졌고, 심지어 똑똑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도시로 나가면 모두 하얀 얼굴이 되는 줄 알았다. 사실 햇빛을 보지 않고 실내에서 지내며 얼굴에 화장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시골에서 한 달 살기는 싫든 좋든 햇볕과 마주 보기부터 해야만 한다. 일단 집 문을 나간 순간부터 햇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따라다니며 바라 보기도 힘들 만큼 경력한 빛을 내뿜는 태양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다녀온 것만으로 햇볕을 바로 받았는지 팔과 손등이 점점 익어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완벽한 완전한 구릿빛이 되었다.
나의 하얗던 얼굴도 점점 붉게 익어가더니 주근깨와 기미를 강조해 놓았다. 아무리 가리고 선크림을 바른다고 하여도 강력하게 뚫고 들어오는 햇볕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팔과 손만 구리빛이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얼굴도 서서히 구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도시 사람들이 있다면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이다. 억지로 선탠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피부는 구릿빛으로 물들어 간다. 기미와 주근깨를 동반한 건강한 구릿빛 피부로 변해간다.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하지만 즐길 수만은 없는 태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