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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Oct 12. 2021

쪽파 모종

지난여름 섬마을 농부의 창고에 갔다가 주워 온 것이 있다. 마늘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쪽파였다. 혹시 모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여 창고에 넣어 놓았다. 배추 모종을 마치고 나니 쪽파 모종이 생각이 났다. "이번 기회에 쪽파도 한번 심어봐 " 시골은 지금 쪽파 모종을 심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쪽파를 심으려고 하니 마땅한 밭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부실한 고춧대를 뽑기로 결정했다. 고춧대를 뽑고 난 후 바로 그 자리에 쪽파 모종을 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고춧대를 뽑은 자리에 모종을 심으니 새로 밭을 갈 필요도 없고 고랑을 만들 필요도 없다. 편하게 쪽파 모종을 심을 수 있었다. 

한 덩이의 쪽파를 하나씩 분해해서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그것도 귀찮다. 그냥 덩어리로 고추대가 뽑아진 자리에 꽂아만 놓았다. 잡초 매트가 깔려 있지 않은 곳에는 풀이 무성하다, 그런데 풀을 뽑는 것도 귀찮아 대충 긁어내는 형식으로 끝내버렸다. 남은 쪽파가 더 있지만 고춧대를 더 뽑아야 하고 풀도 메야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로 모종을 다 심지 못했다. 


두 주가 흘러 시골에 내려왔다. 쪽파 모종을 해놓은 텃밭에 가보니 신기하게 쪽파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 힘들어도 쪽파 덩어리를 분해해서 하나씩 심을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쪽파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남아있는 쪽파가 생각이 났다. 고춧대를 더 뽑아내고 잡초도  대충 긁어내고 쪽파 모종을 모두 마쳤다. 다음 주에는 쪽파들이 더 자라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쪽파 모종 심는 시기에 맞추어 쪽파 모종도 하고 시골살이 반년에 농부의 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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