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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an 10. 2022

느림의 미학 게발선인장에 피는 꽃

아무 생각 없이 우울하던 2021년 연말 어느 날 꽃이 피기 시작한 게발선인장 덕에 그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신이 가진 역량을 끌어올리며 꽃잎을 펼쳐내는 게발선인장을 보고 있노라니,

"사는 게 그런 거지. 그렇게 천천히 가는 거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변해있는 거지." 하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꽃 잎을 펼쳐내기 위해 몇 개월 동안이나 그렇게 조용히 몸을 웅크리며 있었던 아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다는 이야기처럼 선인장 잎은 영양분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올 한 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듯이 아름다운 꽃을 펴냈지만 선인장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저 꽃을 더 아름답게 펴내기 위해 영양을 모아 올릴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변화게 되고, 다시 변화가 언제 있었냐는 듯 제자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화려한 꽃잎의 영광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붉은 꽃잎은 시들어도 여전히 살아서 더 큰 꿈을 키워가는 것이다. 


게발선인장처럼 내년에는 더 많은 꽃봉오리를 맺고 더 많은 꽃을 피워 내리리라. 자신이 가진 역량의 최고치를 끌어올려 붉은 꽃으로 승화시키리라.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느림의 미학 속에 본연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이 피워야 할 꽃을 피어내고, 그 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을 주고 있으리라. 게발선인장의 피어있는 화려한 꽃잎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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